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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옷은 환경오염 주범…재사용이 대안"

'옷 재사용 활동가'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패션 산업은 세계 환경오염 2위

대중, 음식과 달리 옷에는 무관심

사놓고 안 입는 옷 비율 21% 달해

패스트패션이 '버리는 문화' 조장

정주연 대표가 입은 횟수, 산 곳, 보내는 메시지 등이 적힌 헌 옷 태그를 보여주고 있다. 이 헌 옷은 연구소가 진행하는 의류 재사용 캠페인 ‘21% 파티’에 나온 것이다.




이동식 행거에 약 100벌의 헌 옷들이 걸려 있다. 모든 옷에는 몇 번을 입었는지 알 수 있는 태그도 달려 있다. 반바지 0회, 원피스 1회…. 상당수가 사놓고 단 한 번도 입지 않거나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다. 버리면 모두 쓰레기가 될 운명. 아프리카 가나의 ‘옷 쓰레기 산’이 퍼뜩 떠오른다.

17일 서울경제와 만난 정주연(48) 대표가 비영리법인 다시입다연구소를 설립하게 만든 출발점은 ‘왜 패션 산업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에 사람들이 둔감할까’였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가 패션 산업에서 나오는데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 거의 없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의식주 중 먹는 것에 대해서는 버리지 말라는 캠페인까지 벌이면서 입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며 “이대로 간다면 나와 내 아이들이 모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절박함에 나라도 먼저 나서 보자고 결심했다”고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연구소에 들어가면 확연하게 읽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 패션 산업’ ‘옷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 폴리에스터 드레스 200년 이상’ 등 벽면이 온통 의류 산업이 가져올 위기에 대한 경고로 도배돼 있다.

정 대표는 ‘옷 쓰레기 산’ 같은 것이 등장한 이유로 패스트패션 의류의 등장과 인터넷 쇼핑을 꼽는다. 그는 “가격이 싸지면서 쉽게 새 것을 사고, 인터넷 쇼핑에서 입어 보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의류를 사다 보니 몸에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며 “이러한 경향이 옷을 쉽게 버리는 문화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을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2차 환경오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옷 수거함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정 대표는 “수거함에 들어간 옷의 재판매 비율은 5%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른 나라로 넘겨지거나 소각된다”며 “수거함은 ‘나는 착한 일을 했어’라는 면죄부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주연 대표가 자신과 회사의 모토가 적힌 옷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장 좋은 대안은 ‘재사용(re-use)’. ‘가장 지속 가능한 옷은 이미 옷장에 있는 옷입니다’라는 모토처럼 아예 버리지 말고 쓸 수 있는 데까지 쓰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맞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수는 없다. 연구소에서 최근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이렇게 사놓고 안 입는 옷이 약 21%에 달했다. 이 옷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했다. ‘21% 파티’는 이렇게 등장했다.

헌 옷을 바꾼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상당수는 입은 횟수가 ‘0’인 제품들이다. 입었던 옷이라도 후줄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더럽거나 음식물 자국이 있는 옷들도 나왔지만 차츰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며 “오히려 드라이클리닝이나 다림질을 해오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개최 횟수는 지금까지 약 20회, 참가 인원은 2000명 정도다. 여기서 이뤄진 교환 비율은 64%로 약 1300벌이 새 주인을 만난 셈이다.

‘21% 파티’에 나온 헌 옷의 태그에는 구입 장소, 목적, 사용 횟수, 안 입게 된 이유 등이 적혀 있다.


헌 옷 재사용은 그동안 못 보던 것을 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1% 파티 참여자의 99%는 MZ세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즐겁게 표현하고 실천한다. 옷에 붙은 스토리 태그를 보며 옷을 처음 샀던 이와 교감하고 인증샷을 찍으며 다른 이들과 소통한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을 보면서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2030세대는 환경문제를 무겁고 심각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즐겁게 풀어나갈 줄 압니다. 한창 예쁜 것을 소비하고 싶은 청년들이 절제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기성세대로서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정 대표는 ‘나에게 온 옷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칙을 지키려면 헤지고 떨어지면 고쳐 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옷 수선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된 이유다. 그는 “헤진 곳을 박음질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해 사용하면 옷을 얼마든지 오래 입을 수 있다”며 “연말에는 21% 파티를 하면서 수선을 배우는 공간을 따로 만들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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