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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청소년의 ‘디지털 잊힐 권리’

조교환 디지털편집부 차장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중학생 A 양은 결국 1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을 떠나 전학을 갔다. 휴대폰 번호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전부 바꾸고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출발을 하려 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이내 A 양을 괴롭혔다. 전학 간 학교의 일부 학생들이 SNS를 검색해 A 양을 ‘뒷조사’하고 왕따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지워지지 않은 디지털 흔적들은 A 양을 다시 지옥 같은 학교 생활로 몰아넣었다.

요즘 학교 폭력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학교 폭력도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공간을 뜻하는 ‘사이버’와 괴롭힘을 의미하는 ‘불링’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온라인 상에서 지속적으로 가하는 집단 괴롭힘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가수·배우 등 유명인들을 상대로 이 같은 범죄 행위가 많았으나 요즘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새로운 학교 폭력 형태로 자리 잡았다.

괴롭힘의 방법도 가지가지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욕설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단체 채팅방에 초대한 뒤 피해 학생이 나가면 ‘무한 반복’ 초대해 가둬 놓는다. 이른바 ‘빵셔틀(반복되는 빵이나 물건 갈취)’이라는 말에 빗댄 데이터 셔틀, 기프티콘 셔틀 등도 있다.

피해자들은 사이버 불링을 당하는 것이 물리적인 폭력보다 훨씬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온라인 상에서의 괴롭힘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온라인 상에 한번 올라온 욕설과 비방은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복사하고 퍼 나르기 때문에 지워도 지워도 흔적이 남는다. 한번 찍힌 낙인은 디지털이라는 ‘피부’에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처럼 새겨진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청소년들은 SNS 등 온라인 플랫폼에 친숙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디지털 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더욱이 어릴 적부터 생성하는 정보들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등 수많은 웹사이트에 자신도 모르게 쌓이고 있지만 청소년들은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고 피해 대처에도 서툴다.

이 같은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게시물에 대한 ‘잊힐 권리’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업들의 보호 장치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 악플과 비방, 성적인 게시물 등으로 ‘디지털 감옥’에 갇혀 고통 받는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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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환 기자 디지털편집부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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