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레고랜드 사태로 악화한 채권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소방수로 투입된다. 채권시장의 혼란을 부추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금융감독원 및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부행장들과 ‘제2차 은행권 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시장 안정 기여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달 20일 제1차 점검회의에서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한 뒤 은행권의 역할이 주 점검 대상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캐피털콜(자금 요청)에 신속히 응하고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은행들은 그간 강화되는 LCR 규제를 준수하고 늘어나는 기업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의 은행채를 찍어냈다. 올 들어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172조 199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 발행액은 25조 8800억 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신용도 높은 은행채가 시장에 쏟아지며 일반 회사채는 설 자리를 잃었다. 앞으로 은행채 발행이 억제되면서 은행들이 예적금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조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또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도 특수금융채 발행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걸었다. 신용등급 ‘AAA’ 공사채 유찰 사태는 진정되는 듯 보였지만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2년물 600억 원과 3년물 800억 원을 발행한 한국공항공사는 동일 만기 국고채 대비 각각 180bp, 191bp 높은 6% 수준의 금리를 지불했다. 시장에서는 27일 510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통영에코파워(신용등급 A+)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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