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26일 북핵 대응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여당은 임박한 북한의 7차 핵실험은 ‘9·19 군사합의의 결과물’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직격하며 핵 공유, 핵 재배치, 핵 개발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강경 안보 메시지로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북핵위기대응특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당정 고위 인사가 참여했다.
당정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사실상 끝났다고 진단하고 북핵 대응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정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목숨 걸고 진행한 핵 미사일 개발이 대단원의 종착점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며 “우리의 북핵 대응책 역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역시 “추가 핵실험을 못 하게 하거나 핵 능력 고도화를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대응해왔으나 이제는 전략을 바꿀 때가 됐다”며 “(핵) 사용을 억지하도록 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전략사령부 창설로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담보받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비판도 쏟아졌다. 정 위원장은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싱가포르, 하노이, 비무장지대(DMZ)로 끌고 다니면서 평화 쇼를 펼쳤다”며 “문 전 대통령은 5년간 진행된 ‘김정은 평화 쇼’의 완벽한 조력자였다”고 직격했다.
특히 북핵대응특위는 “정부가 추진한 모든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혹평하며 핵무장 논의에도 시동을 걸었다. 3성 장군 출신의 한기호 북핵대응특위 위원장은 “핵 공유, 핵 재배치, 핵 개발 자체도 특위 내부에서 논의하겠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이제 중지하고 거기에 힘을 쏟던 (국방부의) 조직들을 핵 무력 대응 조직으로 바꿔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강조했다. 다만 핵 논의 전에 이 장관은 퇴장했고 한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것을 취합해 하나의 안으로 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북핵대응특위는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 문제를 지적하며 북핵 위험의 실상을 알리는 공보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확장 억제 대책을 구체화하는 방안 마련에 활동 방점을 찍고 11월 중 북핵 대응 발전 대책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과 당권 경쟁이 맞물리면서 여당은 연일 과감한 안보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도 여권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자 과감한 대북 메시지로 지지층 결속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달 정 위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9·19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강경책은 내부 정치용이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당권 주자인 김기현·조경태 의원 등이 핵 개발론에 불을 지폈지만 정부는 “검토·논의한 적이 없다”며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 개발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제2의 북한’이 돼 한국이 쌓아 올린 경제발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특위 활동은 당정이 확고한 안보 협조 체제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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