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지역 인근인 해밀톤호텔 뒤편 골목은 경찰의 ‘주요지시사항’으로 지정된 순찰 장소였다. 그러나 ‘순찰 구역 상세’ 항목에서는 해당 골목이 빠져 있고 경찰이 이곳을 실제로 순찰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인파가 몰리면서 순찰차가 접근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경찰이 ‘거점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관리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는 등 사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일인 29일 밤 이태원파출소 근무 일지에 적힌 경찰 주요지시사항에는 ‘순찰차별 탄력 순찰 코스 및 거점 지역’이 명시돼 있었다. 이 중 순찰차 32호의 순찰 코스에 ‘이태원로 27가길 26’ 부근이 포함됐다. 이 길은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뒤편 골목으로 주요 주점이 자리해 사고 당일 인파가 가득 몰리며 정체가 발생한 구역이다.
다만 주요지시사항과 달리 문서 하단에 정리된 ‘순찰 구역 상세’ 내용에서는 해당 장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항목에 적힌 순찰 경로는 ‘서울디지텍고-이태원초등학교-이태원 2동 주민 밀집 지역-이태원우체국-경리단길-이태원 어린이공원’뿐이다. 사고 발생 지점과 한참 동떨어진 장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자료는 통상 업무를 적어놓는 것으로 실제 당일 수행한 업무와는 다를 수 있다”며 “실제 순찰을 돌았는지 여부는 경찰차 GPS나 인근 CCTV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 발생 장소에는 인파가 가득 몰려 순찰차가 순찰을 돌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찰을 위한 ‘거점 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구역에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사전 대응도 없었다는 점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9시 40분께 해당 구역을 지나왔다는 20대 A 씨는 “경찰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는 보지 못했고 건널목 쪽에서 두세 명 정도 봤다”고 밝혔다. 이날 이태원에서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B 씨도 “골목과 메인 거리, 어디에서도 경찰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당시 1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가 좁은 거리에 몰렸으나 충분한 인력을 지원받지 못했다며 이날 참사는 인력 부족으로 빚어진 문제라고 호소했다. 본인을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C 씨는 이날 경찰 내부망을 통해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면서 “이전에도 ‘이태원지구촌축제’ 대비를 위해 기동대 지원을 요청한 바 있으나 지원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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