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상장을 계획했다 철회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연내 상장하려던 기업들은 증시 침체에 속도를 늦추면서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이 대어들로 붐비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1월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올 초 일찌감치 코스피 입성에 대성공을 거둔바 있어 상장 준비 기업들은 내년 1분기를 IPO 타이밍으로 적극 고려하는 분위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내년 1월 상장이 목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당초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증시 침체와 국내 유일의 인터넷 은행 상장사인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 약세로 공모 시점을 내년 1분기로 미뤘다.
올 해 상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e커머스 업체 컬리도 내년 초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던 지난 8월 말에도 공모 절차에 곧장 들어가기보단 3분기 실적이 확정되는 11월 이후에 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컬리와 같은 날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했던 골프장 운영 업체인 골프존(215000)카운티 역시 최근 주요 기관들이 공모주 투자에 지갑을 닫은 상태여서 자금이 풍부한 연초 IPO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컬리가 2023년 첫 상장 기업 타이틀을 목표로 경쟁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올 해 상장 예비심사에서 탈락했거나 공모 절차를 철회했던 회사들도 내년 IPO 재도전을 적극 검토하거나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7월 거래소의 상장 예심에서 고배를 마셨던 교보생명은 분쟁 중인 사모펀드들과 물밑 협상을 조기에 끝내고 IPO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4조 5000억 원대의 몸값을 제시하며 공모주 시장에 등판했지만 지난달 IPO 일정 연기를 밝혔던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역시 내년에 IPO 재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올 초만 해도 IPO 시장의 ‘큰 손’으로 기대를 모은 SK스퀘어(402340)가 ‘계열사 연쇄 상장’ 플랜을 재가동할지도 관심사다. SK(034730)스퀘어는 지난 5월 자회사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공모를 잇달아 추진했다 몸값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수요예측을 중단한 바 있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원스토어가 내년 상장 재추진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SK스퀘어의 자회사인 e커머스 기업 11번가도 지난 8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내년 상장을 가시권에 둔 상태다. SK쉴더스는 최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의 사모펀드와 투자 유치를 협의하고 있어 IPO가 급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지만 언제든 코스피 입성에 나설 재목으로 꼽힌다.
이와함께 4조~5조 원대 몸값이 거론되는 LG(003550) CNS와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 몸값 3조 원대 금융 공기업인 서울보증보험 등이 내년 IPO 시장의 유망주로 대기 중이다.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상장을 앞두고 있는 KT(030200)그룹은 KT클라우드·KT스튜디오지니 등의 계열사도 상장 대열에 포함시킬지를 저울질 중이어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IB업계는 최근 금리 상승에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내년 IPO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지만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숨고르기에 들어가 지금보다는 시장 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상장 기대주들이 높아진 금리 상황에서 작년처럼 높은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공모가 산정은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유통, IT, 금융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탄탄한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기업 가치도 최근 낮아진 경쟁사의 주가를 고려해 산정될 것” 이라며 “내년 초쯤 공모주 투자에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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