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새 수출 시장도 발굴한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폴란드에 이어 원전 수출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된다.
6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카자흐스탄 신규 협력 과제 발굴 및 추진 전략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카자흐스탄과의 관계에서 신규 원전 건설과 디지털 협력 등 주요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며 “기존 한국-카자흐스탄 경협 사업인 ‘프레시 윈드’의 성과를 평가하고 원전과 희귀광물 공급망 확보 등 중점 협력 과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 채광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이다.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300억 배럴로 세계 12위에 올라 있고 가스·크롬·철광석·아연 등의 매장량도 풍부하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원전 운영을 위해 카자흐스탄의 국영 원자력 기업인 카자톰프롬과 우라늄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카자흐스탄과의 원자재 공급망 협력 강화는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는 의미가 있다. 우리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배터리 등에 필요한 희귀광물 공급에 있어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망간과 흑연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각각 99%, 87.7%에 이른다.
우리 정부는 카자흐스탄과의 협업을 통해 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광물 공동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제조업 강국인 일본·독일 등이 카자흐스탄과 희귀광물 공동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했을 당시 “카자흐스탄은 희토류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며 “양국 간 지질 탐사 등의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신규 원전 수주를 따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대 2800㎿ 규모의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과 함께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등이 잠재 사업자로 거론된다. 한수원은 앞서 올 6월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 발주사인 KNPP와 신규 원전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초긴축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연쇄적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는 터라 카자흐스탄과의 경제협력은 신시장 공략 차원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카자흐스탄이 전통적인 ‘친러시아’ 국가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자원 부국인 동시에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 우리나라와 경제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크다”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급망 이슈가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카자흐스탄과의 협력 전략을 잘 짜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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