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가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표 싱크탱크 중 한 사람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등 각국의 경기둔화 대응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배로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2022 서울 프리덤 포럼’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배로 교수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에서 자유시장에 대한 철학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철학이 자유시장에서 더 큰 정부지출과 규제, 포퓰리즘으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 “연준이 현재 금리 상승에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로 교수는 또 “지속적인 통화 긴축이 더 깊은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연준과 한국을 포함한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로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생산성 증대가 필수적인데 이 모델은 그런 측면이 간과됐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또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자유시장 △국제적 개방성 △작은 정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촉진 △강한 교육열 △높은 저축률 등을 들면서 “소득주도성장 이론은 이러한 역사적 성공 배경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단기적으로 연간 2%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동안 수출 감소세가 성장률을 더 떨어트릴 수 있다. 한국 성장률 제고의 관건은 더욱 빠른 기술진보 달성”이라고 짚었다.
이날 포럼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퓰너 창립자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자유와 번영을 원하는 여러 국가의 본보기”라며 “시민들이 ‘선택할 자유’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정책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 △인센티브 활성화를 위한 개인·법인세율 인하 △민간이 국가 경제 원동력이라는 인식 확산 등을 꼽으면서 이 같은 의견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선 직후 전달했다고 전했다.
차 부소장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중심에서 1990~2000년대 민주주의, 한미자유무역협정을 기반으로 한 가치동맹으로 진화했다”며 “이제는 인공지능(AI), 기후, 문화, 사이버, 국제보건, 공적개발원조, 우주, 공급망 같은 뉴 프론티어 의제로 한미동맹의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인 동시에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라며 “경제계가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성장의 과실을 국민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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