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에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자산 시장이 환호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줄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고 ‘킹달러’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59원 이상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에 한국은행도 함께 보폭을 좁힐 가능성이 커졌다.
10일(현지 시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밑돈 7.7%에 그치면서 시장에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 고비를 마침내 넘겼다는 기대감이 폭발했다. 뉴욕 증시의 나스닥지수는 7.35% 급등해 2020년 3월 이후 최고 오름폭을 기록했다. 미국발 호재로 11일 코스피지수는 3.37%,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98% 각각 상승 마감했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완화까지 호재로 작용한 홍콩 항셍지수는 7% 이상 급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도 더욱 유력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전날 56.8%에서 이날 85.4%로 급등했다.
금리 전망은 국채와 환율에도 반영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814%로 전날보다 0.28%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2년물 금리는 4.334%로 약 0.25%포인트 내려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달러화 가치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9원 10전 하락한 1318원 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에 발맞춰 한은의 긴축 보폭도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해 “분명히 좋은 뉴스”라면서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수급에 숨통이 트이는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자금시장 경색 상황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 동결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달 전 3.3% 수준이던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이날 5.15%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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