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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푸르밀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





유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푸르밀 사태가 일단락됐다. 지난달 17일 갑작스럽게 사업 종료와 전 임직원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유제품 기업 푸르밀은 24일 만에 이를 철회하고 30% 직원 구조 조정을 조건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45년 업력의 범(汎)롯데가(家) 기업이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극적인 노사 합의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셈이다.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 등으로 잘 알려진 푸르밀은 한때 연간 매출액 3000억 원을 기록하던 건실한 회사였다. 그러나 2018년을 기점으로 매출액이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15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지난해 123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점차 불어나 회사 측은 결국 사업 종료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냈고 직원들, 대리점주, 푸르밀에 우유를 납품해온 낙농가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푸르밀의 위기는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출산율 감소로 우유 소비가 뚜렷하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건강기능식품, 대체 우유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을 동안 푸르밀의 경영진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전혀 올라타지 못했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단백질·식물성 우유 제품군을 적극 늘리고 있으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양유업도 환자 영양식 등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도 피자나 죽 등 가정간편식(HMR)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푸르밀은 신사업은커녕 기존 우유 제품을 대체할 뚜렷한 히트 제품을 내지 못했다. 푸르밀 관계자는 “국내 우유 산업이 위기인데 유업체 가운데 우유만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었다”며 “우유 외 신사업 품목이나 브랜드가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마진이 적은 PB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데도 실패했다. 유통 업체들의 의뢰를 받아 우유를 대신 생산해주는 PB 사업은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할 때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푸르밀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PB 사업에 의존했다.

푸르밀 사태는 기업 경영진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안일하게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경우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우유 업계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도 미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경영진의 적절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력은 없었다.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한 대대적인 시설 투자와 사업 다각화가 필수인데도 경영진은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변화에 뒤처진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푸르밀 사태는 경영진의 전략 부재가 회사의 존폐까지 결정지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소비 트렌드 변화, 원·부자재 가격 폭등 등 여러 변수에 직면하고 있는 식품 업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종료를 철회한 푸르밀은 앞으로 구조 조정 및 사업 슬림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를 보던 PB 상품을 줄이고 사업 구조 개편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보다는 일단 사업 정상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와 임직원은 호소문에서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한다.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영진의 탁월한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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