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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임윤찬은 '각종학교'에 다닌다


올해 국내 클래식계에서 새롭게 스타로 떠오른 이를 꼽는다면 단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다. 덕분에 그가 소속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 영재 교육도 주목받았다. 그는 2020년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한 후 한예종에 예술 영재로 입학해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남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대학교 과정을 다니는 셈으로 선배 피아니스트인 김선욱·손열음 등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임윤찬은 대학생이지만 그가 소속된 곳이 엄밀히 말할 때 진짜 대학교는 아니다. 대중은 한예종 하면 소수 정예로 학생을 뽑아 예술 분야의 영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 예술대학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이 학교는 고등교육법상 ‘각종학교’다. 현행법상 각종학교는 정규 학교와 유사한 교육기관을 지칭하는 용어로, 한예종은 대학에 준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사 학위만 수여할 수 있다. 국립 고등교육기관 중 각종학교는 한예종이 유일하다. 따라서 한예종에서 석·박사 학위의 취득은 불가능하다. 석사 과정 격인 예술 전문사 과정이 있지만 다른 학교에서 박사 과정에 진학할 때만 석사 학위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을 따름이다. 이 탓에 예술 전문사 졸업생이 타 대학 전임 강사로 근무하다가 조교수 승진 심사 대상이 됐을 때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산업기능요원 입대, 한국장학재단 지원 사업 등에서 배제되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한예종에 대학 지위를 부여해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한예종 설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학교 하나만을 위해 법을 바꿔가며 기존 질서를 깨는 건 위험 부담이 크기에 주무 부처인 교육부에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별도 법안이 올라왔다. 법 제정을 주장하는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KAIST,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가 각각 별도 제정법을 통해 대학 지위를 확보한 만큼 한예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사 과정만 운영하다 석·박사까지 확장한 케이스도 국내외에 있다. 한예종의 롤 모델 격인 미국 줄리아드스쿨, 파리 콘서바토리 등 해외의 실기 중심 예술대학들도 과거에는 학위가 아닌 디플롬(자격증)을 수여했지만 지금은 학위를 준다. 한예종이 애초 실기 중심 교육기관으로 출발했으니 대학원 과정이 필요 없다는 반대 주장이 있지만 이미 타 대학에서도 실기 과정의 석·박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한예종은 30주년을 맞았다. 그간 ‘진짜 대학’이 되기 위한 노력은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다른 예술대학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히 2005년에는 전국 예술대학이 동맹 휴교까지 할 정도로 반발이 극심했다. 기저의 심리야 한예종의 세력 확장에 대한 타 예술대학의 견제일 터다. 기존 예술대학 사이에서는 한예종이 국내 유일 국립 예술대학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교육부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커리큘럼을 짜고 교원도 대거 뽑으며 단기간 급성장했다는 정서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학사만 되는 어정쩡한 상태로 한예종을 놓아둘 건가.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타 대학의 어려움도 공감하는 만큼 우리의 진정성을 설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계가 K클래식의 저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온전한 대학으로서 한예종의 위상을 세워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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