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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위원장 "국교위, 대립 녹이는 용광로…인재 키우는 교육정책 마련할 것"

[서경이 만난 사람-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대담=성행경 사회부 차장

2022 개정 교육 위원들과 충실히 심의…지속 가능한 제도 수립

교육과정 학교에 맡기는 '大綱化' 이상적이지만 집필 기준 필요

한계 봉착 대입제도 재점검…융복합 역량·인성 겸비한 인력 육성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는 그동안 대립하고 나뉘었던 의견들을 녹여내는 용광로 구실을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교육이 일관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배용(75·사진) 국교위 위원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 국교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실천하기 급급한 교육이 아닌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지속성이 가능한 교육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올해 9월 27일 닻을 올렸다. 중장기 교육제도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과정 개발·고시 등을 맡는다. 이해 당사자의 갈등이 첨예한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것도 국교위의 중요한 역할이다.

국교위 초대 수장인 이 위원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도 제대로 끼워지지 않겠느냐”며 “초대 국교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교육계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교위를 이끌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를 지낸 그는 이화여대 총장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고등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이 위원장은 “급속한 기술 변화, 학령인구 감소, 교육 격차 심화같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중장기적 관점의 교육정책 방향이 설정될 필요가 있던 차에 위원장직을 제안받았다”며 “대교협 회장 등을 지내면서 고등교육계는 물론 초·중등교육계와도 협의체를 만들어 소통하는 등 평생을 교육자로서 살아온 만큼 이러한 경험을 담아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교위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위원의 추천 구조상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국교위원뿐 아니라 국민참여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기관·단체에서 위원이 추천됐지만 모두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고 각자 이익을 위해서 온 게 아니라 다음 세대들을 위한 희망의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책임감으로 모인 것”이라며 “위원뿐 아니라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 500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학자 출신인 이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표현 등을 두고 역사 교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저학년부터 순차 적용될 예정인데 이달 29일까지 행정 예고를 진행한 뒤 연내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교육과정 개정은 국교위의 주요 역할이지만 2022 교육과정 개정이 진행 중이던 당시 국교위법이 만들어져 이번 교육과정 개정까지는 교육부 장관이 고시한다. 다만 국교위도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심의·의결 역할은 맡는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앞둔 상황에서 위원장이 교육과정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향후 교육부가 행정 예고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안을 확정하면 위원들과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잘 취합해 충실한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내년부터는 국가 교육과정 조사·분석·점검 및 국가 교육과정 모니터링단 운영을 통해 국가 교육과정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고 교육 환경 변화 등에 따라 국가 교육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 너무 구체적이고 방대해 ‘대강화(大綱化·국가 차원에서는 교육과정의 큰 줄기만 제시하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를 통해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짜임새 있는 교육과정을 위해 집필 기준은 필요하다”면서도 “집필 기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대강화가 이상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교과서는 개인 논문이 아니기에 어떤 지침에 의해서 교과서를 집필하는 기준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짜임새 있는 교육과정의 기준은 만들어야 하고 해당 기준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는 최대한 의견을 취합해 논의의 장을 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교육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너무 크고 고대·중세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성장 단계를 고려해 꼭 배워야 할 것을 심화하면서 배우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지혜를 모으고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적 가치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균형 잡힌 역사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교위의 주요 사무 중 하나인 ‘대입 제도 개선’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창의 융합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대학이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당장 2024년 초까지 수립해야 하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와 관련해 향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0여 년간 수정·보완을 거쳐 운영돼왔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계에 봉착해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대입 제도로는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고 대학도 개인의 장점과 역량을 파악해 학교의 인재상에 어울리는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지금까지 실시해왔던 입시 유형들에 대해 종합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미래 창의 융합 인재 양성과 함께 대학이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입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위원들과 적극 토론해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대학의 입시 자율성, 즉 학생 선발 권한 확대에 대해서는 단순히 대학의 학생 선발 권한 측면에서만 살펴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학생 선발 권한과 관련한 우리 고민은 ‘대학에서 미래 인재가 양성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발 방식이 필요한가’가 돼야 한다”며 “단순히 대학의 학생 선발 권한 측면에서만 살펴보지 않고 큰 틀의 인재 양성 측면에서 국교위 위원들과 각계 전문가,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의 우려도 우리 대학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성을 겸비한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 위원장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 개인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수십 년 전의 교육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현실, 특히 직장 등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빈부 격차가 증가하면서 교육 격차가 증가하고 다시 빈부 격차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휴머니즘이 상실되면서 학교 폭력, 교권 추락, 학교 밖 학생 등의 문제도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래지향적인 교육 개혁 내용에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이 잘 담겨야 한다”며 “국교위가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복합 역량을 갖춘 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과 성취도 필요하지만 물질만능주의나 이기주의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서로 돕고 배려할 줄 아는 인성까지 겸비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기술·과학 인재도 중요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인성 없는 지성의 부작용, 인간성 없는 과학의 부작용”이라며 “기업도 기술·재능만 있는 인재가 아니라 인성을 갖춘 인재를 매우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성을 겸비한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강한 대한민국이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생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도 서로 배려하고 화합할 줄 아는 인성을 지닌 글로벌 인재로 키워낸다면 ‘교육 한류’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e is…

△1947년 서울 △이화여대 사학과 학사·석사 △서강대 대학원 한국사 박사 △1985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2006년 이화여대 총장 △2008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200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2010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 △2012년 건양대 석좌교수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2017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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