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근조화환을 마음대로 치우거나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등 불공정한 약관이 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 15개 장례식장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28일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22개 사업자를 실태 조사한 결과 조선대병원·단국대병원 장례식장 등 15곳에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됐다.
유형별로는 화환을 사업자가 임의로 폐기하거나 재판매를 금지해 유족의 처분 권한을 제한한 조항(9개사)이 가장 많았고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제한해 장례식장이 제공하는 음식물만 사용하도록 한 조항(7개사)이 뒤를 이었다.
이용자는 문상객 접대를 위한 음식물 종류와 제공 방법(직접 준비, 장례식장 제공 음식 이용, 혼용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변질 시 식중독 등 우려가 있는 조리된 음식으로 반입 제한 범위를 한정하고 조리된 음식이라도 협의에 따라 음식물 반입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화환은 유족이 일정 시점까지 스스로 처분하되 처분하지 못하면 사업자에게 처분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폐조화 재활용(재판매)도 가능하게 했다. 2019년 제정된 화훼산업법에 따라 판매자가 재사용 화환임을 표시하면 화환 재사용이 가능하다.
장례식장 내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도난·분실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4개사)이나 계약 분쟁을 다툴 경우 관할 법원을 사업자 소재지 법원으로 정한다는 조항(4개사)도 있었다.
유족 대리인이나 조문객이 고의 또는 과실로 병원 소유 물건·부대시설을 망가뜨리면 유족이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조항(3개사)도 문제로 꼽혔다. 조문객의 불법행위를 유족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자가 고객에게 손해를 배상할 경우 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한 조항(2개사)은 사업자의 보험이 고의에 의한 손해를 배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됐다. 이때는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수정했다.
계약서상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사업자가 결정하도록 한 조항(2개사)은 관계 법령과 일반 관례에 따르는 것으로 바꾸고 3일 이내에 고객이 물건을 찾아가지 않으면 사업자가 임의로 폐기할 수 있도록 한 조항(1개사)은 유족에게 통지 후 처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족은 경황이 없고 장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장례식장이 이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계속 점검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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