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보이’ 이강인(21·마요르카)은 큰 무대에 강했다. 교체 투입 직후 경기 흐름을 180도 바꾼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특급 조커로 다시 태어났다.
가나전 전반은 실망 그 자체였다.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이 의심됐던 김민재(나폴리)가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했음에도 2골을 먼저 내줬다. 전반 24분 가나의 프리킥 상황에서 조르당 아유가 올린 크로스가 경합 과정 후 골문 앞에 떨어지자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가 왼발로 차 넣었다. 전반 34분에는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에게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전반 초반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흐름을 살리지 못한 한국은 0 대 2로 전반을 마쳤다.
한국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불러들이고 나상호(서울)를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후반 12분에는 권창훈(김천) 대신 이강인을 넣었다.
이강인 투입이 결정적이었다.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후반 중반 깜짝 투입돼 짧은 시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강인은 가나전에서도 특급 조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강인 효과가 나오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반 13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탈취한 이강인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조규성(전북)이 머리로 밀어 넣었다.
이강인이 들어가자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무섭게 공격을 몰아친 한국은 3분 뒤 조규성이 추가 헤더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후반 23분 쿠두스에게 세 번째 실점을 내줘 2 대 3으로 경기에서 패했지만 이강인의 활약만큼은 분명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경기 막판까지 날카로운 킥을 올리며 한국의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7경기 2골 4도움으로 한국의 준우승 신화를 이끌며 골든볼(MVP)까지 거머쥐었던 골든 보이 이강인은 성인 월드컵에서도 첫 번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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