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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기업·대학·정부 매칭 연구…산학협력 촉진"

[AKC 2022 韓·亞 과학기술 토크콘서트]<중> 과학기술 생태계 대혁신

호주, 기술이전 등 산학협력 강조

인도는 연구자에 성과 채근 안해

亞 각국 과기 경쟁력 제고 팔걷어

韓, 年 30조 R&D비용 투입에도

지원 받는 대학은 논문 쓰기 급급

과기전략 빈약…사업화 전력투구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서둘러야

‘AKC 2022 토크콘서트’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홍승범(왼쪽부터) KAIST 신소재공학과장, 한정훈 호주·뉴질랜드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박래길 GIST 부총장, 이해원 아시아연구네트워크코리아 회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이우일 과총 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염재호 SK이사회 의장 겸 태재대 초대총장, 신혜은 충북대 로스쿨 교수, 이준영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 사진 제공=싱가포르한인과기협






“탈세계화·기술 패권 시대의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며 아시아 각국도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도 국가의 생존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과학기술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서울경제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싱가포르한인과학기술자협회와 함께 25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엑스포&컨벤션에서 ‘과학기술 생태계 대혁신’을 주제로 연 ‘한·아시아 과학기술 학술대회(AKC) 2022 토크콘서트’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우선 한정훈 호주·뉴질랜드 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은 “호주는 기초과학이 강해 노벨상을 15명(과학상 13명)이나 받았는데 산학 협력을 강조한다”며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지원을 하면 가성비가 높다”고 소개했다. 실제 헬리코박터균 치료제와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 등 바이오헬스에 강하고 와이파이 기술을 처음 개발했으며 농업·축산업·광업에도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저희 대학의 예산이 연 2조 원인데 호주는 대학이 40여 개에 불과해 집중 지원이 가능하고 연구자에 대한 처우도 좋다”며 “국가적으로 제조업 기반은 약한 편이지만 연구 현장에서 좋은 지식재산권(IP)을 통해 창업과 산업화를 장려하고 글로벌사에 기술이전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조남준 싱가포르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난양공대 석좌교수)은 “싱가포르는 산학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이 대학에 돈을 내면 그만큼 정부와 대학이 각각 똑같은 돈을 내 지원한다”며 “연구자들이 연구비도 많이 받고 자율성도 있지만 테뉴어(65세 정년 교수)를 받거나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는 기존 금융과 바이오의 아시아 허브를 넘어 배양육 및 식용 곤충 등 푸드테크를 개발하고 도시국가임에도 2030년까지 식량의 30% 자급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여기에 글로벌 R&D 경쟁력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에너지 산업 등 신산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인도과학기술협력센터장 출신인 정해룡 K20컨설팅 대표는 “인도는 IIT(IT)와 마니팔(생명공학) 등 분야별로 대학이 특화된 경우가 많은데 산학 협력이 활발하다”며 “교수 등 연구자에게 지속 지원하되 조기 성과를 채근하지 않고 자율성을 많이 부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구 중심 대학원인 IISC의 경우 연구 프로젝트로 강의를 대체할 정도라고 했다. 연구 현장에서 기술이전과 창업도 활발한 편인데 해외 자본의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많다고 했다. 정 대표는 “다만 기업에 R&D비를 지원할 때는 대학과 연계하도록 하되 상당히 낮은 이자로 빌려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글로벌 흐름에 따라 국가 R&D 생태계의 대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염재호 SK이사회 의장 겸 태재대 초대총장은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중간에 끼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전략이나 컨트롤타워가 부족하고 방향성을 헤매는 경향이 있다”며 “10대 경제 대국에서 더 점프하기에는 국가 R&D 생태계가 올드 패러다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염 의장은 이어 “R&D 시스템에서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이 빠지고 예산 지원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R&D 설계에 더 많이 투자하고 과학기술의 정치화도 경계하고 R&D 산업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혁신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우일 과총 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따라 R&D 예산도 증가 폭이 둔화되는데 과학기술의 효율성과 가성비를 높이는 것이 과제”라며 “정부가 연간 30조 원의 R&D 지원금을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기업 등에) 줄 때 미국 DARPA처럼 임팩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이어 “연구자가 제안하는 보텀업 과제가 급증하는 바람에 실제 과제당 연구비는 줄었다”며 “기초(대학)-응용(출연연)-개발(기업) 연구로 나눠 지원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융합 지원해야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준영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은 “연구 분야→예산→규제 완화라는 기존 지원 시스템에서 벗어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래길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학·연구부총장은 “정부 R&D 지원액 중 R&D보다 비R&D 비중이 더 높아 실제 연구 현장에 투자되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생태계 혁신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봉훈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글로벌혁신클러스터센터장은 “1조 1000억 원 규모의 7년짜리 연구 프로젝트를 보니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투자 계획이 없더라”고 꼬집었다. 이는 곧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첨단 바이오, 양자기술, 우주항공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신시장 창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은 “지역 소멸 우려가 나오는데 독일처럼 지방정부가 나서 산학연과 함께 산업과 인재 양성 모두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연구 현장에서 질적 평가 시스템을 통해 임팩트 있는 특허를 창출해 기술 사업화로 연결지어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야 지역의 혁신을 꾀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혜은 충북대 로스쿨 교수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연구 설계 단계에서부터 IP-R&D 전략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우수 특허를 내놓고 기술 사업화로 연결해야 과학기술 강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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