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섭취가 고혈압 위험성을 낮춘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커피 속 물질들이 혈압 상승과 이를 상쇄하는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기 때문에 고혈압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과 한민정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13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와 엠베이스(EMBASE)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최종 선정된 12편의 논문에서 13건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해 메타 분석한 결과다.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안에는 1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질병에 따라 커피 섭취로 인한 위험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 이유다.
최근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역학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커피 섭취는 당뇨, 파킨슨병을 비롯해 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 일부 암종의 발병 위험을 낮추지만 저체중아 출산, 유산, 이상지질혈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혈압 위험성에 대한 선행연구는 편차가 컸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명 원장은 "인구집단의 차이, 측정방법의 차이, 출판되지 않은 데이터 포함 등의 이유로 인해 커피 섭취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매번 달라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존 메타분석 논문이 출판된 이후 추가적인 코호트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메타분석을 시행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총 31만 여 명의 연구대상자 중 고혈압 환자는 6만 4000여 명이었다. 이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커피 섭취가 고혈압 발생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에서 수행된 선행연구와 질적 수준이 낮은 연구들은 커피 섭취가 고혈압 위험성을 낮춘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 및 아시아에서 수행된 연구와 성별, 카페인 유무, 흡연, 추적기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메타분석을 수행한 결과에서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혈압과 관련된 커피 속 물질인 카페인과 클로로제닉산에 주목하고 있다.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해 즉각적인 혈압상승 효과를 나타내지만 클로로제닉산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활성산소종에 기인한 혈압상승을 억제해 항고혈압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클로로제닉산의 이러한 효과로 인해 커피 섭취가 고혈압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명 원장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연구에서는 커피 섭취와 고혈압 발생은 관련성이 없었지만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커피 섭취가 고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나왔다"며 "질적 수준이 낮은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는데 미국 코호트 연구 5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질적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커피 섭취가 고혈압을 낮춘다는 결과는 신뢰성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커피 섭취가 고혈압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거 해서 과도하게 섭취하는 건 금물이다. 명 원장은 "또 다른 메타분석 결과에서 입증됐듯이 커피 섭취는 콜레스테롤 증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의 공식 SCIE 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022년 11월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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