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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중국의 방역 실패가 남긴 교훈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우수한 서방 백신 대신 자국산 고집

극단 봉쇄 등 잘못된 정책 밀어붙여

1인 독재체제에선 반대자들 없어

항상 옳다고 믿는 지도자 경계해야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중국이 세계의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하던 시기를 기억하는가. 그러나 다른 국가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시점에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를 상대로 도리깨질을 하고 있다.

11월 초 폭스콘 아이폰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봉쇄 조치로 굶주림에 시달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타 지역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며칠간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상당수 중국인들이 혹독한 탄압을 무릅쓴 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롤 모델 국가에서 참담한 실패 사례로 곤두박질친 중국에서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물론 팬데믹 상황에서 공중보건 조치를 추구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가 찾는 교훈이 돼서는 안 된다. 때로는 이 같은 조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상황 변화와 새로운 증거에 바탕을 두고 기존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는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는 독재 정부의 문제점을 목격하고 있다.

팬데믹 첫해에는 강력하고 가혹하기까지 한 제한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목표는 의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하지 않도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막는 것이었다. 이어 효과적인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을 때의 새로운 목표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아서는 보호막을 제공해줄 때까지 감염 속도를 늦추는 것이어야 했다.

뉴질랜드와 대만이 바로 이런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이들 두 나라가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전에 서둘러 조기 완화 조치를 취했다고 가정했을 경우에 비할 만큼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았고 인구 1인당 사망자는 미국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봉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영구히 차단할 수 없다는 많은 증거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또 중국은 플랜 B를 만드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가장 취약한 그룹인 노년층의 상당수는 아직도 완전 접종을 받지 않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자국산 백신의 효과가 세계의 다른 국가에서 접종되는 백신보다 효력이 떨어짐에도 외국산 백신을 거부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진핑 정권을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게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지만 지금 이 정책을 끝내면 암묵적으로 실수를 인정하는 셈이 되고 만다. 그것이야말로 독재자들이 가장 꺼리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 규정을 완화하면 확진자 수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감염에 취약한 중국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연 면역이 생긴 중국인은 소수에 불과하고 중증 환자들을 위한 병상 또한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경우 중국은 제대로 대응할 여력이 없다.

중국의 코로나 악몽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이 중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1인 독재 체제는 민주주의에 비해 결단코 우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독재자들은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들이 틀렸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차원에서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 거부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참사 사이에는 명백한 유사점이 있다.

둘째, 우리는 지도자들이 증거를 받아들이고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정책 노선을 기꺼이 변경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직접 보고 있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독단주의의 늪에 빠진 미국의 정치인들이 바로 우익 공화당원들이다. 중국은 자국산에 비해 효과가 월등하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mRNA 백신을 거부했다. 백신 접종류 차이와 연결된 뚜렷한 정당별 사망률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주당원들은 초반에 제한을 두고 백신이 보급되면서 이를 점차 완화하는 뉴질랜드의 접근법을 따랐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정책 실패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반대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미래의 독재자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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