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 때문이라도 방위산업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그간 투자에 비해서는 빛을 보지 못했는데 최근 기회를 잡았어요.”
최근 정부는 방산·원전 수출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방산은 우리나라가 중화학 공업화를 시작한 이유”라며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기회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간 500억 원 이상을 방산에 투입해 인재를 양성하고 2027년까지 민·군 기술 협력에 1조 원 이상 투자해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돌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주 원장은 “방산의 수출산업화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부터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며 “그간 우리가 필요해서 기술력을 쌓아왔는데 이런 전력을 국제시장에서 검증·입증받을 기회가 온 셈”이라고 짚었다.
사실 방산과 원전은 우리 자체 수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산업인 만큼 역대 정부는 이 두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왔다. 하지만 국내 수요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거두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이들 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지향했지만 미국·러시아·중국과 같은 방위산업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원전 역시 상당한 수준의 자립화를 달성하고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제외하면 뚜렷한 해외 진출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산업의 수출 환경 변화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주 원장은 “전쟁의 발발은 오랫동안 전쟁의 위협을 잊고 지내던 국가의 무기 수요를 일깨웠고 값싸고 질 좋으면서 공급을 위한 준비가 끝난 한국을 찾게 됐다”며 “원전 역시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지자 원전에 대한 관심이 재부상하면서 한국에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미국·러시아는 전쟁이 나더라도 자국 무기를 쓰고 저개발 국가에서의 전쟁에서는 무기 수요 자체가 없었는데 유럽에서는 가성비 좋은 한국 무기의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한국이 쌓아왔던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두 산업은 특수성이 있어 시장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아울러 각국 정부의 정책 의지에 직접 영향을 받는 만큼 쉽사리 수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성과를 입증했을 때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주 원장은 “이번 기회에 한국산 무기의 전력을 검증받고 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두 산업이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한국의 ‘제조업 강국’ 브랜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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