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클라우드 전문업체인 베스핀글로벌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지사를 확장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겨냥한 클라우드 사업의 보폭을 넓힌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게를 실었던 중동 사업이 사우디까지 넓혀지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네옴시티’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베스핀글로벌은 지난달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지사를 개소하고 조만간 아랍에미리트(UAE) 지사에 근무하는 인력 일부를 이곳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리야드 지사는 UAE에 연 아부다비, 두바이 지사에 이은 중동 공략을 위한 세 번째 사무실이다. 중동은 베스핀글로벌이 미국, 동남아와 더불어 글로벌 사업 확장의 첨병으로 내세운 지역이다. 그간 석유 생산에 의존해왔던 중동 국가들이 탈 석유 기조 정책으로 체질 변화를 가져가면서 각종 ICT 산업 관련 투자를 유치하는데 자본을 아끼지 않아 기회가 꿈틀대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우디는 UAE와 더불어 중동 스마트화 물결을 이끄는 곳이다. 앞서 진출한 UAE가 기존 거점 도시들을 디지털화하는 사업 비중이 높은데 반해 사우디는 산악 지대 위에 그대로 개발되는 네옴시티 사례처럼 제로베이스부터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이 적지 않아 사업 규모가 굵직 굵직한 경우가 많다. 기업과 자본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온 UAE의 사업 환경과 달리 아직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짙다. 바꿔 말하면 그간 기업의 손길이 덜 닿은 만큼 개발의 여지가 크며 한번 자리를 잡으면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스마트시티 사업들도 많고 비단 스마트시티 뿐만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스마트화에 대한 수요가 막 생기는 단계라 사업할 수 있는 거리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네이버, LG CNS 등 국내 ICT 기업들 사이에서 중동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번 사우디 지사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리적 유리함은 물론이고, 그간 UAE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지속해 온 만큼 중동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쌓인 데다 사업·인력 네트워크도 서서히 구축되고 있다. 게다가 아부다비 지사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교육 아카데미를 설립해 중동 클라우드 인력을 육성해 이들이 중동 지역 클라우드 및 솔루션 확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자사는 이미 베트남 하노이 지역에서 대우건설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스마트시티 사업을 수행하며 쌓아 온 대형 프로젝트 운영·관리 노하우를 사우디 등 중동에서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스핀글로벌은 이날 UAE 기업으로부터의 신규 투자 유치 및 중동 시장 확장을 위한 추가 기업 인수 등 사업 확장 소식을 전했다. UAE의 디지털 서비스 선도 기업 ‘e& 엔터프라이즈’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았다. 이번 투자의 일환으로 양사는 합작법인(JV)를 설립해 각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e& 엔터프라이즈가 UAE 국적 기업인 만큼 중동 지역에 대한 사업도 유형 무형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약 2000억 원의 추가 투자금을 약속 받았는데 이는 사업 확장 및 기술 시너지를 위한 기업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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