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연초 대비 60%가량 하락하자 서학개미의 저가 매수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주식 보관 액수는 연초 약 22조 원에서 이달 약 12조 원으로 절반가량 줄었지만 이는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고 꾸준한 물타기로 보유 수량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전일보다 4.09% 하락한 160.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인 1월 3일(399.93달러) 대비 59.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6.5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 평균을 3배 넘게 하회한 셈이다. 시가총액도 장중 5000억 달러(약 469조 원)가 깨졌다.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와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복합 요인으로 연일 떨어지고 있다. 반면 서학개미는 저가 매수에 나서는 중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14일부터 12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서학개미는 테슬라 주식을 3억 410만 달러(약 3939억 원) 순매수했다. 그 전 한 달(10월 14일~11월 13일) 동안 3억 7323만 달러(약 4837억 원), 그 전달인 9월 14일~10월 13일에는 1억 1065만 달러(약 1434억 원)를 매수했다. 8월 14일~9월 13일, 7월 14일~8월 13일에는 테슬라가 순매수 50위권 밖이어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서학개미의 매수 움직임이 뚜렷해진 것이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저가 매수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저가 매수가 이르다는 쪽은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리스크가 여전하고 중국 현지 업체와 전기차 경쟁이 과열된 점에 주목한다. 브랜드 입지 하락도 테슬라 매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테슬라 주가가 저평가됐고 추가 매수에 나설 시기라는 의견도 있다. 내년부터 판매될 대형 전기트럭 세미와 자율주행 구독 모델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컨센서스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3.1%, 41.4% 증가가 기대돼 밸류에이션상 저평가 구간”이라며 “저가 매수 관점에서 접근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주식 보관 액수는 12일 91억 6903만 달러(약 11조 8821억 원)로 연초인 1월 3일의 173억 8481만 달러(약 22조 5254억 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연초 대비 60% 가까이 빠진 주가를 고려하면 서학개미의 테슬라 주식 보유 수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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