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국내 증시에서도 대주주 회피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세 2년 유예와 함께 완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주주 기준이 기존대로 10억 원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고질병인 연말 물량 폭탄에 큰손 뿐 아니라 개미 투자자들의 탈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22일 예산안과 함께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5000만 원이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일은 2025년 1월 1일로 2년 연기했다. 또 이 기간 주식 양도소득세는 현행(대주주 기준 및 보유금액 10억원)대로 과세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금투세 유예 뿐 아니라 기대했던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가 나오지 않아 대주주 회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매년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연말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8일까지 개인들은 8조 50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마지막 날인 12월 28일 하루에만 3조 1587억 원을 팔았다.
올해 역시 23일과 26일, 27일 3거래일만 남은 상황에서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 집중적으로 출회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는 이달 그야말로 ‘산타랠리’가 아닌 ‘사탄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11월만 해도 ‘차이나 무브’ 등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한국 증시에 유입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12월 들어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가 이어지며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외국인은 1조 1916억 원을 순매도했다. 고강도 긴축 여파로 경기 침체에 진입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이다. 여기에 기관투자가들이 결산기에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파는 ‘윈도드레싱’ 효과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예탁금은 19일 기준 45조 1316억 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20일과 21일 소폭 회복했다고 하지만 최저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최고치였던 75조 1072억 원(1월 27일)과 비교하면 30조 원(40%)가량 증발했다.
하루 거래 대금도 크게 줄어 코스피 시장 기준 5조 원 선이 무너졌다. 이는 2020년 1월 2일(4조 6382억 원)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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