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대표 플랫폼 업체인 카카오가 임직원의 근무 효율 높이기에 나섰다. 재택근무제를 전격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제를 부활시킨다. 지난해 업계 개발자 수급 경쟁 속에 앞다퉈 높였던 임금 인상률도 실적 둔화 조짐이 커지자 두 자릿수에서 다시 한 자릿수로 줄인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년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시행한다. 올해 7월부터 6개월간 시행해온 전면 재택근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회사 임직원은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며 조직장의 판단과 승인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원격근무가 허용된다.
아직 카카오 본사만의 방침이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 재택근무를 일부 또는 전면 시행하고 있는 계열사들도 사무실 출근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새로운 근무 방식을 두고 각자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본사와 비슷하게 사무실 출근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또 격주 금요일마다 쉬는 ‘놀금’ 제도를 축소한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만 휴무일로 지정, 월 2회였던 놀금을 월 1회로 줄인다. 카카오 측은 “근무제 변경은 근무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의에 따라 원격근무를 가능하게 해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의 장점을 모두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임금 인상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날 기준으로 타결된 1곳을 제외하고 각자 내년도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인상률이 연초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들어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 계열사들의 인상률은 평균적으로 10% 정도였는데 내년에는 이에 못 미치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실적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도 마냥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올해 15%를 올린 본사 역시 내년에는 6% 인상에 그친다.
카카오가 생산성 개선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라는 겹악재 분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지난해 적극적으로 늘린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세 자릿수 그룹 공채 대신 인력이 필요한 일부 계열사만 두 자릿수 공채를 진행하는 등 이미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카카오톡 디스플레이 광고에 크게 의존하는 카카오 매출은 광고 시장 위축으로 올해 3분기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6.8% 성장한 1조 8587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503억 원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실적 전망(에프앤가이드 집계)도 좋지 않다.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지난 2년 30% 이상에서 각각 19%, 4%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건비는 매출보다 가파른 20%대 증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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