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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원짜리 테이크아웃 박스?…기괴함에 빠진 명품업계[똑똑!스마슈머]

이케아 장바구니·종이백 등

평범한 소품에 명품을 더해

'B급' 감성으로 마케팅 각인

생로랑 테이크어웨이 백. /사진제공=생로랑




해외 명품 브랜드가 이색적인 디자인을 공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샌드위치나 빵, 디저트를 포장하는 박스처럼 생긴 가방을 내놓는가 하면 쓰레기 봉지, 감자칩 봉지 등에서 모티브를 딴 가방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들은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가격에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명품 업계는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패션으로 승화,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로랑이 245만원의 ‘테이크어웨이(TAKE-AWAY) 박스’ 핸드백을 출시했다. 가방 전체는 송아지 가죽으로 마감됐으며, 외관에는 생로랑의 ‘YSL 로고’가 모노그램 형태로 엠보싱됐다. 메탈 소재의 로고 장식도 올려진 이 백은 블랙과 브라운 두 가지로 출시됐다.

명품백을 ‘기괴한’ 디자인으로 출시하는 브랜드는 발렌시아가가 대표적이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일상의 평범한 시각에 기반해 어디까지 ‘평범한 것’이 패션이 될 수 있는지 늘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발렌시아가 ‘캐리 쇼퍼백’. /사진제공=발렌시아가


시발점은 지난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비닐 가방을 닮은 바자백 시리즈에 이어 2017년 봄·여름 남성 컬렉션으로 출시한 ‘캐리 쇼퍼백’이었다. 이 백은 이케아의 장바구니 ‘프락타’에 기반해서 디자인됐다. 발렌시아가 가방은 양가죽과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됐고, 이케아 가방은 폴리 프로필렌으로 만들어 졌다. 가격은 각각 285만원과 1000원. 카피부터 시작해 가격 진정성 논란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발렌시아가 트래시 파우치. /사진제공=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는 지난해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쓰레기봉지를 모티브로 만든 200만원대의 트래시 파우치를 내놓았다. 비닐봉지 대신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진 트래시 파우치는 일부 컬러가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에는 3달러짜리 미국의 유명 감자칩 브랜드 ‘레이즈’와 협업해 257만원짜리 가방을 선보였다. 레이즈 감자칩 디자인이 프린트된 가방은 ‘발렌시아가’ 로고를 제외하면 감자칩인지 클러치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택배 업체 DHL 로고가 들어간 38만원 티셔츠와 구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재활용한 100만원 짜리 청바지를 선보이는 등 이색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발렌시아가 레이즈 클러치 백. /사진제공=발렌시아가


질샌더는 종이 모양으로 된 페이퍼백을 종이와 가죽 버젼으로 출시했다. 종이백은 30만원, 가죽 백은 90만원으로 라프시몬스가 질샌더를 퇴사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라 매진을 기록했다.

이처럼 패션업계는 그동안 정형화된 가방 대신 신선한 상품을 출시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수 백 만원짜리 가격에 비해 평범한 디자인으로 가격의 정당성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질샌더 페이퍼백. /사진제공=질샌더


하지만 패션업계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기괴함으로부터 오는 노이즈마케팅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의 평범한 제품에 명품만의 고급스러운 가치와 헤리티지를 더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발렌시아가의 이케아 가방을 모티브로 한 캐리 쇼퍼백은 출시 당시 CNN 등 주요 언론사가 브랜드의 품격을 잃어버린 발렌시아가를 비난했고,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솔드아웃된 기현상에 장바구니도 명품 딱지가 달리면 비싸게 팔린다며 조롱했다. 그러나 고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이케아 가방을 모티브로 한 마스크, 비닐봉지 등 다양한 패러디를 생산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B급 감성’이 더해진 상품을 선보이며 가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각인될 수 있는 마케팅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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