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서 소위 '스튜어드쉽(stewardship)'과 관련해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했던 기업들인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시에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 했던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절차에 대한 지적을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로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4명이 압축됐다. 노조는 고위공직자인 ‘관(官)’ 출신 인사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며 내부 인사의 선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소위 지배구조와 관련해 주인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달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제대로 주인이 있는 기업의 경우 스튜어드쉽이 과도하게 작동이 된다면 자유시장 경제 출발점인 소유권을 규제하고 하는 문제”라며 “저는 그건 어떻게 말하면 사회주의화 시키는 소위 연금 사회주의화 시키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적어도 소유가 분산이 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헤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아까도 얘기했지만,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고물가·고금리·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복합위기의 충격이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시스템에 전이되지 않도록 사전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금융 안정이 통화정책,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전 세계 금융이 하나로 엮이면서 하나의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면 국가 전체의 금융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며 “리스크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금융당국이 평소에 기업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해 지원대상을 신속하게 선정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작년에는 리스크 관리로 인해 금융산업 육성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으나 올해부터는 ‘체인지씽킹(Change Thinking·생각의 전환)’, 즉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직접금융시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정부부처를 산업부화 해야 한다는 저의 관점을 전해드린 바 있다"라며 “보스턴의 경우 세계적인 의약 회사와 이를 지원하는 법률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와 금융투자 회사가 모여 있다. 성장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 같은 측면에서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국제화, 경쟁력 강화에 나서달라” 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금융기관장들이 자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윤창현 의원 역시 참여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최상목 경제수석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 총 110여 명이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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