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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혁명이 온다’] GPT, 양자 결합땐 '전략무기' 진화…'퀀텀 내셔널리즘' (양자기술 국가주의) 거세진다

<중> 기술패권 핵심 된 양자

AI·반도체·해킹 등 활용도 커

美·유럽·加 등 대학부터 창업 붐

韓은 관련스타트업 10여개 그쳐

인력·인프라 등 생태계 구축 시급

K반도체 이을 K양자 로드맵 짜야





양자기술 활용, 핵심기술, 기반산업


올 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연구 협약을 맺은 캐나다 토론토의 양자(量子·퀀텀)컴퓨터 기업인 자나두는 일본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후가쿠)가 9000년이 걸려 풀 문제를 단 0.000036초 만에 끝냈다. 미래 양자컴퓨터가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고 산업·국방 암호 체계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양자통신은 도·감청과 해킹 우려 차단, 양자센서는 반도체·배터리 설계와 결함 분석, 미세암 포착 등에 쓸 수 있다.

최근 구글 검색 대체 가능성까지 나오는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인 챗GPT도 양자기술이 접목되면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정보를 AI로 빨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상 공정 기술의 한계에 부딪히는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박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챗GPT도 많은 컴퓨팅 자원이 있어야 가능한데 미래 양자컴퓨터와 결합하면 더 높은 지능의 AI가 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차세대 정보기술(IT)은 양자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은 양자기술이 10~20년 내 완성돼 산업과 안보·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할 정도의 파괴적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힘들다. 그만큼 어렵고 불확실성도 크다. 정부가 선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실용화 이전 분야는 양자기술이 유일하다.

문제는 갈수록 양자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퀀텀 내셔널리즘(Quantum nationalism·양자기술 국가주의)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진 KIST 원장은 “미중 패권 전쟁의 와중에 양자 분야 기술 장벽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 패권 시대에 지금처럼 양자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져 있으면 미래 경제와 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중국·EU·일본 등이 양자기술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자컴퓨터 선두 그룹인 미국 IBM은 큐비트를 매년 2배 이상 늘려 올해 1121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칩의 밀도가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우리는 양자 R&D 투자나 전문 인력, 인프라가 크게 부족해 기술 개발의 속도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자역학의 발상지인 유럽, 제2차 세계대전 후 강력한 학문·기술 리더십을 보이는 미국, 과학기술 굴기에 나서는 중국, 기초과학이 강한 일본을 상대로 양자 분야에서 추격하기가 벅찬 실정에서 산학연정이 같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활용해 양자컴퓨터의 핵심 요소인 양자소자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반도체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네덜란드의 노광 장비 기업 ASML이 좋은 사례”라고 했다.



양자기술 수준 비교. /KISTEP 2020년 자료


불확실한 미래 분야에 투자하고 도전하는 문화·생태계가 미흡한 것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양자는 미래에 확실히 필요한 기술인데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 대기업이 도전하고 모험하는 데 왜 몸을 사리는지 안타깝다”며 “우리는 양자 스타트업이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미국·유럽·캐나다·호주 등의 대학에서는 양자기술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양자기술의 메카인 캐나다 ‘퀀텀밸리’의 경우 이런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다. 미국 나이아가라폭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워털루대 안팎에 위치한 이곳에는 세계적인 이론물리연구소인 페리미터연구소(Perimeter Institute)와 워털루대 양자컴퓨터연구소가 있다. 스마트폰의 1세대 격인 블랙베리의 공동 창업자 마이크 라자리디스가 세웠다. 터키 이민자인 그는 워털루대 재학 시절 양자 얽힘 강의에 꽃혀 블랙베리에서 번 돈을 양자에 쏟아부었다. 김 부원장은 “올해 라자리디스에 관한 영화가 나올 예정인데 그렇게 꿈을 좇아가는 영웅이 한국에서는 왜 잘 나오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세계 양자기술 정책 발표


우리도 양자 인력과 인프라 구축을 통한 생태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대학과 연구소가 양자 기초연구를 시스템화하는 데 애를 먹고 대기업은 양자에 대한 장기 투자에 관심이 없다”며 산학연정의 4인 5각 노력을 촉구했다. 손영익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양자 분야 대학원을 외면하는데 졸업 후 진로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며 “해외 최신 동향 파악과 양자 인력 파견에 신경쓰되 세계적인 양자 인력난 속에 전문 인력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강국에 걸맞지 않게 낙후한 양자 소자 제작용 클린룸을 잘 갖춰야 한다(손 교수)” “양자기술 전용 반도체와 광학 장비·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박 책임연구원)”는 의견도 많았다.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 생태계가 많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초 핵심 역량을 집중 육성하고 분야별 맞춤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시급히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의 앞선 기술과 로드맵은 참고하되 우리만의 K양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려대 양자컴퓨터연구센터의 조장희 석좌교수는 “양자기술같은 파괴적 혁신 기술은 5차 산업혁명 준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선진국 모방에서 벗어나 우리가 독창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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