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AI(Open AI)가 지난해 공개한 대화형 AI서비스 ‘챗GPT(ChatGPT)’가 세계적으로 화제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챗GPT가 미국의 의사·변호사 면허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직의 종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단어만 몇개 입력하면 논문 수준의 문단이 뚝딱 나오는 데다 프로그램 코딩까지 한다고 하니 기사라고 해서 못 쓸 이유도 없겠다. 그렇다면 챗GPT가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한국 정치도 기사로 작성할 수 있을까. 6일 챗GPT에게 한국 정치를 물어봤다.
선거제 문제점 답변 척척…대화 맥락 파악도
우선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한일관계에 대해 말해봐’라거나 ‘한국의 집권 여당 국민의힘에 대해 알려줘’와 같은 방식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양질의 답변이 나왔다. 한일관계를 묻는 질문에 문화·역사·경제적 관계가 깊지만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한 긴장 요인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1200자 짜리 글이 몇 초만에 작성됐다.
한국 선거제의 문제점을 비판해보라는 주문에는 번호까지 매겨가며 문제점을 나열했다. △낮은 투표율 △선거자금 문제 △정치 양극화 △대표성 문제 △개리맨더링 등 다소 원론적으로 읽힐 수 있지만 최근 정치개혁 논의에서도 제기되는 문제점들이 대부분 포함돼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대답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집권 여당 국민의힘에 대해 설명해줘’라는 질문을 한 뒤 ‘그럼 민주당은?’이라고 반문하자 앞선 질문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을 해준다.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그럼 민주당은?’이라는 질문의 경우 오탈자를 냈는데도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연혁과 현황을 자세히 알려줬다.
文 대통령이 연임?…한국 모르고 2021년에 멈춘 챗GPT
작문 능력은 인정해 줄만 했지만 기사를 써보려 하니 여러 한계에 부딪혔다. 우선 현재 공개된 챗GPT가 아직 데모 버전이라 2021년 데이터까지만 학습했다는 점이 문제다. 하루에도 수차례 상황이 급변하는 한국 정치 기사를 쓰는데 최대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챗GPT에게 2022년 3월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를 분석하는 기사를 써달라고 요구하니 챗GPT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경쟁 끝에 51%의 지지율로 당선됐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남북관계 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는 제법 그럴싸한 내용도 포함돼있지만 챗GPT는 자신에게 없는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기엔 아직은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다)’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칫 자짜뉴스를 생산한다는 오명까지 쓸 실력인 셈이다.
실제로 챗GPT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말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틀렸다고 지적하면 수용한다고 하지만 챗GPT에 물어보는 것 만으로 기사를 작성하기엔 위험 요인이 있었다.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것도 문제다. 영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다 보니 일단 한국어로 질문할 수도 없다. 한국에 대한 사정에도 밝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단임제라는 사실은 2021년 이전 데이터에도 분명히 있을텐데 챗GPT는 문 전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한다는 글을 썼다. 바른정당 역시 2018년 바른미래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20년 자유한국당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음에도 챗GPT는 여전히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을 자신의 소설에 등장시켰다.
같은 질문에 다른 답변…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직 의원?
특이한 점은 같은 질문이라도 누가 질문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화의 기록을 기억해 대화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 이재명은 누구냐’는 두 건의 질문에 챗GPT는 비슷하지만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 기자의 질문에는 ‘이 대표는 현재 한국의 수도권 자치단체인 경기도의 도지사다’로 시작해 2021년 당시 이 대표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제시됐다. 반면 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면서도 ‘이 대표는 도지사가 되기 전 국회의원이었다’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포함된 답변이 나왔다. 챗GPT만 철썩같이 믿고 기사를 작성하다가는 가짜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용자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작성하는 데는 심각한 결점이다.
가치 판단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도 챗GPT가 정치부 기자로 거듭나는 데 결격 사유가 된다. 기사는 사실에 근거해야지만 그 사실에 대한 해석과 분석 역시 포함돼야 해서다. 특히 정치 기사는 정치인의 발언 한 줄을 두고도 문맥을 따지고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챗GPT가 발을 들이기에 먼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챗GPT는 홈페이지(chat.openai.com)에 접속해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사용해볼 수 있다. 구글 계정이 있으면 간단하게 가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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