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최근 논의에서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바로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수급액과 수급 연령을 자동 조절하는 일종의 안전판으로 독일·일본·스웨덴 등 일명 ‘연금 챔피언’ 국가들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는커녕 논의 사실조차도 쉬쉬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국민연금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부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15일 해명 자료를 통해 “특정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며 도입 검토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이는 조정장치 도입이 불러올 수 있는 국민 반발을 감안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주도로 연금 개혁을 단행하면서 일명 ‘거시경제 슬라이드’ 제도를 도입했고 같은 해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연금을 내는 현역 세대와 연금을 받는 은퇴 세대의 인구 수, 소득 및 물가 추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일본 정부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연금 지급액을 감액했다. 올해 연금액은 3년 만에 올라 1.9% 상승(68세 이상 기준)했으나 2022년 일본 물가 상승률(2.5%)에 미치지 못했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같은 나라들은 자동조정장치 대신 국민들의 평균 수명 상승에 연동해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뒤로 미루는 일종의 조정계수를 도입해 역시 연금 재정 고갈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국민들의 추정 기대여명에서 14.5년을 뺀 나이를 수급 개시 연령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재정 건전화를 유도한다. 국민연금연구원도 우리나라가 독일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4차 재정계산 기준 2057년 고갈될 것으로 보이는 연금 재정 소진 시기가 2060년으로 3년 늦어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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