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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코 전환 이끈 'KT맨'마저…되풀이된 CEO 잔혹사

[구현모 KT 대표 연임 포기]

민영화 후 첫 공채출신 CEO로

경영성과 앞세워 연임 노렸지만

정부 압박·법적 리스크에 백기

차기대표직 향방 오리무중 속

여권 출신 올드보이 대거 지원

'정치권 낙하산' 가능성 관측도





구현모 KT(030200) 대표가 정부의 사퇴 압박에 연임을 포기하면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2년 민영화 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던 KT는 내부 출신인 구 대표 취임으로 변화 가능성이 컸으나 다시 과거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마감한 차기 대표 공모에는 여권 인사들이 대거 지원한 상태여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구 대표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도전에 나섰으나 정부의 사퇴 압박 속에 뜻을 접으면서 KT의 ‘최고경영자(CEO) 잔혹사’가 되풀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대표는 3년 간 KT를 이끌며 기업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기치로 통신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인공지능(AI)·클라우드·콘텐츠 등으로 다각화했다. 연간 영업이익을 50%가량 높여 취임 당시 2만 원을 밑돌던 주가 또한 3만 원 대로 끌어올렸다. 민영화 후 KT 공채 출신 첫 CEO로 사내 신망 또한 높았다.

경영 성과를 앞세워 연임에 도전해 이사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았으나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자 경선을 자청해 재심사에서도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KT는 다시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구 대표도 후보자군에 들었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구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정부 차원에서 사퇴 압박이 이어지자 재선임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가 자신의 거취문제로 인해 KT가 외풍에 시달리면서 조직이 흔들리고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재판 중인 국회의원 뇌물 공여 혐의 등 법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KT 법인은 이 사안으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구 대표 또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KT의 CEO 잔혹사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민영화 2기 대표였던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3기 대표였던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수사를 받고 CEO직에서 물러났다.

구 대표가 연임 뜻을 접으면서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소유분산기업의 CEO들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권 차원에서 민간 기업의 CEO 선임에 개입하는 행태가 재현되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면서 “KT 차기 대표로 누가 선임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 됐던 구 대표가 물러서며 KT 경영권 향방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업계는 ‘윤심’을 받은 정치권 인사가 대표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T 차기 대표 지원자 중 정치권 인사로는 권은희(64)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태(69) 전 자유한국당 의원, 윤진식(77)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종훈(71)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꼽힌다.

권 전 의원은 KT에서 24년 간 근무했고, 김 전 의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장(NIA)을 역임해 IT 관련 경력이 있다를 평가를 받는다. 윤 전 장관과 김 전 본부장은 모두 여당 출신 국회의원과 장관급 직위를 역임해 중량감이 크지만 IT 관련 경력은 없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도리어 IT 관련 경력이 없는 윤 전 장관과 김 전 본부장의 선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요건으로 IT 경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관련 경력도 없는 70대 정계 거물들이 지원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며 “모종의 자신감이 있으니 지원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KT 출신이거나 현재 KT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부 인사가 선정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대표적인 후보자로는 김기열 전 KTF 부사장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사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등이 꼽힌다. 김 전 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지그룹인 ICT희망본부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3년 전 구 대표와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인 인물이다. 윤 사장은 통신3사와 CJ·현대자동차그룹 등을 모두 거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구 대표와 함께 KT 사내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KT 내부 후보진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 뇌물 공여 혐의에서 자유롭기도 하다. KT 차기 대표 선임 절차는 구 대표 사퇴 여부와 관계 없이 진행된다. 오는 28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달 7일 최종 대표 후보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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