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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지형 격변…韓日 '역내평화·밸류체인' 손잡아야

[리스타트 한일협력]<상> 진화하는 파트너십

북핵 위협 고조 속 中 패권확장에

부정적 국내 여론·정치 부담 감수

尹·기시다, 양국관계 정상화 결단

양자·다자안보 협의테이블 강화

포괄적 동맹 수준으로 협력 필요

항공우주 등 인재교류도 확대해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제강점기 징용 해법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 세대에 또 부담을 줄 수 없다. 한일 관계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판결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양국 관계는 사실상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2019년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친정부 인사들은 감정적이고 직설적으로 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말 감정의 골이 깊어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수차례 물밑으로 한일정상회담을 조율했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교착된 양국 관계는 단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처럼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양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악화 일로였다. 외교 안보 측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 중국의 팽창주의가 가중됐다. 경제적으로는 제조업 수출 경쟁력 약화와 내수 침체 현상이 양국 모두에서 심화됐다.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양국 우호의 가교 역할을 했던 한일 국민 간 상대국 방문 여행도 크게 제약을 받았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소멸 위기 역시 양국 모두를 짓눌렀다. 두 나라 모두 강점을 보였던 정보통신기술(ICT)은 중국의 도전에 직면했고 드론·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아예 중국에 크게 뒤처졌다. 이처럼 한일은 동병상련의 처지여서 공동의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불거진 정치 외교 갈등이 양국 협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이번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해법을 낸 것도 이처럼 교착된 한일 관계를 풀고 공동 번영의 길을 찾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현재의 기성세대가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양국 모두 젊은이들에게 역사의 짐을 족쇄처럼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양국이 벽을 쌓으며 교류가 줄어든 2019~2021년 한국과 일본의 직접투자액(FDI)이 각각 42.9%, 57.6%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달 말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열 경우 단순히 과거사를 풀고 협력을 하자는 원론적인 합의에 그치지 말고 양국 간 투자 및 교역 활성화 방안 등을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정교하고 실현 가능한 미래 동반 번영의 비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축된 투자가 회복되면 이번 강제징용 합의에서 강조된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돼 내수가 살고 경제 성장의 불씨도 살아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를 역내 평화의 반석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 분야에서 상보적 생태계를 조성해 안정적 공급망과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미래 비전을 짜야 한다는 제언도 하고 있다. 역내 평화를 위해서는 양자 및 다자 안보 협의 테이블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밸류체인과 관련해서는 소재, 반도체, 항공우주, 문화 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인재 교류 및 연구개발 협력, 비관세 무역 규제 해소 등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수소, 탄소 중립 기술 확보 등에 대한 신기술 협력 방안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신기술 협력은 단순히 양국 간 번영을 넘어서서 중국 등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세계적 산업 공급망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같은 협력이 가속화되면 단순히 ‘협력하는 이웃’을 넘어 ‘포괄적·전략적 동반자’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안보·경제·사회·문화·보건복지 등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한일 관계를 발판 삼아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격상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전 세계 선진국 협의체인 주요 7개국(G7)을 한국을 포함한 G8이나 G9으로 확장하는 복안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강제징용 해법은 말 그대로 개문발차”라며 “미중 기술 경쟁을 봐도 한미일 협력 확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이익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외교 협력 방안이 탄력을 받으려면 양국 정상 모두 자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민감한 역사 문제 해소를 감내하면서 내딛는 발걸음인 만큼 과거사 해소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진영이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양국 당국자들 모두 과거사 문제를 다룰 때 상대국 정부의 자국 내 정치적 입장을 배려하면서 최대한 절제되고 사전 합의된 방식으로 갈등 해소 방안을 실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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