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회사는 여초 회사인데도 출산 후에 복직하면 회사를 다들 관둬요. 회사를 다니다가 출산 후에 그만두고 재입사 한 분들도 있어요.”(화장품 회사 직원 김 모(27)씨)
“관리자급에 여성이 적어서 후배로서 의욕이 꺾이는 경우가 많아요. 결혼이나 육아를 이유로 퇴직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고요.”(대기업 직장인 김 모(32)씨)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경제 취재진이 만난 한국의 2030여성들은 취업과 육아 등 생애주기를 거치며 여전히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회 전반, 혹은 직장 내 성차별이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도 일상 곳곳에는 불평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 모(32)씨는 “경력단절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여직원이 많아 회사 관리자급 여성이 여직원들을 상대로 ‘커리어 멘토링’ 등 사내 교육을 하기도 한다”며 “인력 유출이나 손실을 막으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리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사측에서는 대체근무자를 뽑아야 하니, 눈치도 보이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면서 “결혼이나 육아를 이유로 퇴직을 결심하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신 모(27)씨는 “여자 입사 동기가 5명이었는데 저를 포함해 2명만 남았고, 그만둔 동기들은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업무에서든 회식에서든 젊은 여직원에게 ‘밝음’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고, 동등한 직원이라기보다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다. 외국계 보험회사에 근무 중인 정 모(27)씨는 “회사 동료가 면접에 합격했는데 임원이 남자 직원을 뽑고 싶다고 해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이후 다른 부서에 자리가 생겨 그 자리에 합격해 현재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남성을 선호할 이유가 없는 단순 사무직인데 남자를 뽑고 싶다고 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30여성들은 0.78명으로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언급하며 경력단절, 성별임금격차 등 직장 내 성차별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출산이나 결혼을 앞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성평등 정책을 원한다고도 말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 A씨는 “직장에서의 경력단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한국의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라고도 생각한다”면서도 “출산이나 결혼을 앞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 모(28)씨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 부담을 지우고 있는데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가 다들 크다”면서 “막연히 지원금을 주는 성평등 정책보다 문화를 바꾸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26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남성이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 9000원을 받는 셈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여성의 날을 맞아 내놓은 기념메시지에서 “우리가 성취해온 여러 진전에도 불구하고 조명해야 하는 숫자들이 있다”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성별임금격차, 정치 부문에서 여성의 낮은 대표성을 상징하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19%, 여성의 평생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 18.5%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