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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조합, 곳곳서 충돌…일부 사업장은 입주까지 막기도

[아파트 공사비 뻥튀기]

■ 재건축 뇌관 된 공사비 갈등

부동산원 평가 강제성 없는 권고

한쪽이라도 불복땐 재검증해야

수개월 소요…공기지연 불가피

외부 자문위원 비율 높이는 등

공신력 제고 위한 제도개선 시급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검증 제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는 권고 사항일 뿐이어서 건설사와 조합 중 어느 한쪽이 수용하지 않으면 갈등이 이어지며 공기 지연 등의 피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검증 절차의 투명성과 전문성 강화로 검증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말까지 공사비 검증을 마무리한 전국의 정비사업장은 6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건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이보다 적은 5곳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곳 △경기 2곳 △인천 1곳 △대구 1곳 등이다.

정비사업장 중에서는 공사비 검증을 거쳐 당초 건설사의 요구보다 많게는 30% 감액된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의 A 재개발 사업장은 시공사가 조합에 증액을 요구한 공사비가 1542억 6600만 원이었다. 반면 부동산원에서 인정한 공사비는 1076억 2200만 원으로 466억 4400만 원(30.2%) 낮다. 서울의 B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에서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 244억 7300만 원 중 174억 7200만 원만 적정하다고 인정받았다. 경기도의 C 재개발 사업장도 부동산원에서 산출한 증액 공사비는 217억 7600만 원으로 시공사의 요구액(304억 8100만 원)보다 28.6% 적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말까지 공사비 검증 건수는 지난해(32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서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 조합에 공사비 미입금에 따른 연체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670억 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조합에서 거부하고 있다.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에 커뮤니티 고급화와 특화 설계 등에 투입된 공사비 등을 이유로 1560억 원 증액을 요청했고 조합 측은 6일 공사비 검증을 위해 부동산원에 수수료를 납부했다. 신반포 메이플자이 역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GS건설 간 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검증을 하더라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공사비 검증 결과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조합과 시공사 중 어느 한쪽이 공사비 검증 결과에 불복해 재검증을 요구할 경우에는 수개월이 걸리는 검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결국 공사 중단에 따른 비용 증가, 사업성 저하와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시공사와 조합 간 대립이 이어지고, 이에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사업장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입주까지 막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원의 불투명한 검증 절차는 결과에 대한 반발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업무 세칙’에 따르면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검증 요청이 들어오면 제출 자료 검토와 실무위원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 자문위원회도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임의 규정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문위는 10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는데 부동산원 직원인 내부위원과 외부 전문가인 외부위원 간 구성 비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자문위를 내부위원만으로 꾸릴 경우에는 검증 결과에 대한 추가 검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올해 공사비 검증 자문위는 모두 서면 방식으로만 진행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공사비 검증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기원 의원은 “공사비 검증을 받아도 건설사와 조합원 간 협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공사비 검증 자문위 위원 중 외부위원의 비율을 높이고 검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와 조합 측의 분쟁을 줄이고 정비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에 감정평가기관이나 관련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검증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한 다음에는 일부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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