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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티셔츠 구매 내역도 숨기는 노조…회계자료 공개 요구 이어져야


민주노총 소속 기아차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노조원들에게 지급한 반팔 티셔츠 구매 내역 공개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대의원들은 9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가 4억 6000만 원을 들여 노조원에게 지급한 1만 6000원짜리 티셔츠의 품질이 조악하다며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대의원들은 티셔츠 소재의 86%가 값싼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데다 거의 모든 제품의 라벨도 잘려 있다는 점을 들어 품질 불량 재고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형편없는 품질의 티셔츠를 수억 원이나 들여 사들인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관련 입찰 자료와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시장에서 동일한 원단과 디자인·수량으로 견적을 받았더니 최고 가격이 구매가의 절반 수준(8450원)에 불과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들의 정당한 요구에도 자료 공개 관련 규정 미비를 이유로 내역을 끝내 공개하지 않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러니 일반 노조원들 사이에서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득권 노조의 회계 투명성 요구 외면과 불투명한 노조비 집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난 5년 동안 1520억 원을 지원받았는데 양대 노총 산하 다수 노조들은 정부의 회계장부 공개 요구를 거부해 비판을 받았다.

노조가 그동안 사측에 투명한 회계를 강력히 요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기아차 노조 집행부의 회계 공개 거부 행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조가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만 내걸고 예산 운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민주적 통제를 거부한다면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동안 이념·정치 투쟁에 주력해온 강성 노조는 앞으로 제 밥그릇 지키기 등의 기득권 집착에서 벗어나 전체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노조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집행부가 불법행위를 멈추고 성역이 돼버린 노조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노조원들도 자정 능력을 상실한 노조의 변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계장부 공개 요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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