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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난타]패자는 잃기만 했을까

명지대 정외과 교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났다. 대통령 후보나 당 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언제나 시끄럽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도를 넘은 측면이 있다. 그만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였다. 모든 승부가 그렇듯이, 승자는 단 한 명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패한 후보들의 정치적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미래가 궁금해진다.

안 의원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쪽은 이번 패배로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안착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그래서 안 의원의 대권 도전도 물 건너갔다는 논지를 편다. 하지만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11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10만 명 이상의 당원 지지를 받았으니 그 정도면 성공한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또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비윤의 표가 47.4%나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의원 하기에 따라서는 정권 후반기에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탄탄해질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안 의원은 그때까지 정통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 지도부는 가히 친윤 돌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윤 일색이다. 이런 인적 구성은 선거 승리에 필수적인 중도층의 지지를 흡수하는데는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의원만큼 중도적 이미지와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안 의원은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당내에서의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탄탄해질 수 있다.

물론 이번 전당대회에서 안 의원이 잃은 것도 있다.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처음에는 윤·안 연대를 주장했다가, 대통령실의 “적절치 않다”라는 언급이 있자 갑자기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선거 막판에는 대통령실 수석을 고발하는 등 친윤에 대해 강공 전략을 취해 당원과 국민들에게는 왔다 갔다 하는 모습만 보여 준 꼴이 됐다.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3등을 한 천하람 변호사의 경우도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천 변호사는 이번 전대를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천 변호사의 과제는 이런 전국적 인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통령이나 친윤과 각을 세우는 스탠스로는 힘들 것이다. 지금이 정권 말기라면 모르겠지만, 정권 초기이고 또 총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과 친윤에 각을 세울 경우 당 내부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황교안 전 총리는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했다. 이슈 파이팅도 돋보였다. 다만 전당대회 다음 날 황 전 총리 캠프 측이 투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황 전 총리가 이 주장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그가 쌓아 올린 긍정적인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다. 이 점을 승자와 패자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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