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준중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콘셉트 EV5’를 공개하며 중국 재공략에 나섰다. ‘아픈 손가락’인 중국에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입지를 다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EV5는 전용 전기차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20일 중국 상하이 E스포츠문화센터에서 ‘기아 EV 데이(KIA EV Day)’를 열고 준중형 전동화 SUV인 콘셉트 EV5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아는 중국 미디어를 대상으로 개최한 EV 데이에서 콘셉트 EV5를 비롯해 EV6 GT를 선보였다. 또한 EV9 영상을 상영하며 미래 전동화 계획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콘셉트 EV5는 과감한 미래 지향적인 스타일과 경계를 허무는 실내 공간을 통해 혁신적인 모빌리티 라이프의 비전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EV5는 강인하고 대담한 외관을 갖췄다. 전면부는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맵 시그니처 램프 디자인과 깔끔하고 견고함을 강조한 새로운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적용했다. 실내 공간은 현대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열 시트와 콘솔을 벤치 시트처럼 연결할 수 있어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기아는 EV5에 브랜드 비전인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더했다.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팔걸이) 부분에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원료가 들어간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직물 시트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를 사용하는 등 총 10가지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내장재 전반에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레더 프리(leather free) 디자인을 반영했다.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센터장은 “콘셉트 EV5는 사용자 중심의 혁신적인 인테리어와 감성이 더해진 새로운 개념의 SUV 전기차”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EV5의 현지 생산도 추진한다. 이번에 콘셉트 카로 선보일 EV5는 옌청 공장에서 생산된다. EV5 생산 등을 통해 옌청 공장은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올해를 중국 내 실적 회복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장기간 판매량이 부진했던 만큼 앞으로는 반전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16년 179만 대에서 2022년 34만 대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철수했고 지난해에는 현지 시장 점유율이 1%대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중국 전기차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만큼 입지 확대의 필요성이 크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60.5%로 유럽(24.3%), 북미(10.3%)를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시장이 해외 브랜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지급하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은 해외 완성차 업계도 올해부터는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비야디 등 현지 전기차 업계가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비야디는 이달 중 SUV ‘쑹 플러스’와 세단 ‘실’의 가격을 각각 6888위안(약 130만 원), 8888위안씩 할인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비야디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205% 늘어난 187만 대에 달한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인 샤오펑도 중국 내에서 전기차 가격을 12.5% 내렸다.
이지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현지 전기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원가 경쟁력과 제품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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