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엑스포의 주제는 ‘대전환’이다. 기후변화, 계층·국가 간 격차, 첨단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 등을 극복하고 세계인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자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전시회 양상도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다. 과거 엑스포는 박람회 부지에 주요 국가들이 전시관을 짓고 자국의 기술과 문화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2030 부산엑스포는 관람객이 부산에 직접 오지 않아도 인류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전 세계인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 같은 소통을 위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설한 디지털 플랫폼이 바로 ‘웨이브(WAVE)’다. 챗GPT가 인공지능(AI)으로 질문에 응답한다면 웨이브는 전 세계인들의 집단 지성으로 해결 방식을 찾아가는 대안 제시형 프로그램인 셈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개설한 웨이브에는 벌써부터 인류 난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 해 음식쓰레기 발생량이 500만 톤에 달하는데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에 한국의 스타트업 ‘누비랩’은 학교 급식실이나 구내식당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푸드스캔’을 제안했다. 학생 또는 직장인이 식판을 스캐너에 갖다 대면 메뉴의 영양소와 칼로리 등이 화면에 뜨는 방식이다. 눈으로 칼로리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잔반이 줄어들고 급식 사업자도 일종의 ‘빅데이터’를 얻어 음식 제공량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급식 시설의 하루 배출 잔반량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게 누비랩의 설명이다.
해양 사막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어망(그물)에 대한 해결책도 웨이브를 통해 제시됐다. 폐어망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소셜 벤처기업인 ‘넷스파’는 폐어망에서 나일론을 뽑아내 옷이나 자동차 부품 등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LG화학과 효성TNC 등 대기업도 부산시와 손잡고 폐어망 순환 체계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에 참여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환경·기후변화·친환경·에너지·교육·의료·위생·장애인·아동·인프라·기술혁신·빈곤 등 10개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해 글을 직접 작성(참여하기)하거나 관심 있는 주제의 글에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둘러보기)하면 된다. 전 지구인이 동시에 참여하는 플랫폼인 만큼 자동 번역 기능도 지원된다.
웨이브에 올린 제안이 실시간으로 해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웨이브만의 장점이다. 대한상의는 향후 공개되는 ‘웨이브 나우(NOW)’를 통해 참여하기에 올라온 제안에 대해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을 연결해줄 계획이다. 이미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프로젝트를 비롯해 농업 부산물 재활용(코코베리), 호텔 폐침구 업사이클링(하이사이클), 건설 폐기물 감축(토보스) 등 30여 개의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웨이브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도 강화한다.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미래학자’로 꼽힌 제이슨 솅커 씨도 홍보대사단에 합류했다. 그는 “모든 진화는 대화와 아이디어 공유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디지털 플랫폼 웨이브가 지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발전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은 “2030 부산엑스포는 지속 가능한 엑스포를 만드는 첫 시도”라며 “웨이브를 잘 발전시켜 부산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다음 유치국에 전수하겠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