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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위기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어”…“연준, 상업용 부동산 모니터링”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가 30일(현지 시간) NABE 연례 총회에 참석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은행 위기가 지나간 것 아니냐는 인식이 월가에 더 퍼지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어제 기준 불마켓(전저점 대비 20% 상승)에 진입한 나스닥이 0.73%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7%, 0.43% 뛰었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긴축 발언에 상승폭이 일부 줄기도 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오전 일찍 하락했다가 한때 연 3.59% 선까지 상승했고, 2년 물은 4.183%까지 치솟았는데요. 비트코인은 한때 개당 2만9100달러를 넘기도 했죠.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약간 둔화했으나 여전히 강함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다소 떨어진 반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랐습니다. 독일도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0.3%포인트(p) 높은 7.8%로 나왔는데요.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은행 위기가 끝났는지에 대한 논쟁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 총회, 증시 전망 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美 은행 위기에 있지 않아 해결 가능해 금리인상 견뎌낼 것” vs “외부 출혈 끝나도 내부 출혈 지속 경제 전염 가능성”


하워드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시스템은 어떤 형태로든 전통적 의미의 위기에 있지 않다”며 “우리는 금리인상 이슈와 기술 발전에 따라 예금 인출이 쉬워진 문제가 있지만 두 개 모두 많은 은행들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금리상승으로 은행들이 갖고 있는 채권 가치가 하락했지만 대부분은 미 국채여서 만기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며 “대출 상황은 좋으며 은행들은 15년 전(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많은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뱅크런은) 아이폰과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은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소식에 일어났다. 매우 짧은 시간에 엄청난 예금 인출이 있었고 그것이 은행을 붕괴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큰 틀에서 추가적인 위기 확산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도 이달 초 19 수준에서 시작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영업정지 이후인 13일 잠시 30을 돌파한 이후 지금은 다시 19대로 내려왔죠. 전날에 이어 이날도 미 증시는 상승 마감했는데요.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크레디트스위스(CS)와 도이치뱅크 사태 이후로 전반적인 예금 인출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의 대표 앵커인 짐 크레이머는 어제 “SVB 파산 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순간적인 금융위기로 빠르게 관심을 돌렸다. 결과적으로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이었다”며 “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이 없는 경기침체 시 눈을 돌려야 하는 곳은 기술주라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GDP 추이. 이날 나온 지난해 4분기 확정치가 잠정치보다 약간 낮은 전기 대비 연율기준 2.6%로 나왔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요.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인 짐 오닐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때마다 우리는 약한 부분을 알게 된다”며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운율을 타고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과거와 비슷한 위기가 재현할 수 있다는 건데요.

미국 지역은행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출혈은 멈췄을지 몰라도 내부 출혈은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내부 출혈이란 △예금 및 대출감소 △예금 조달금리 증가 △순이자마진(NIM) 축소 △수익성 저하 등인데요.

이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대출과 장기대출을 줄이고 신규 대출을 억제하며 담보 요건이 엄격해지는 것을 의미하죠.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이 사이에 걸려 있습니다. 이날 백악관은 자산규모 1000~2500억 달러 규모의 지역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주기를 격년에서 매년으로 강화하고 금리인상기에 더 잘 버틸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법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부터 해보겠다는 거죠.

포트폴리오 전략가 제임스 코스토리츠는 시킹 알파(Seeking Alpha)에 “은행들이 더 이상 파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은행들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아마도 미국 은행의 3분의 1 이상이 예금 손실과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는 특정 부문과 지역에 영향을 줘 경제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은행 위기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타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의 3분의1 정도(각각 1.25%, 4%)로 추정되지만 (이번 은행 위기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도 은행의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해 깊은 경기침체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당국이 은행 간 전염은 막았을지 몰라도 실물 경제에 천천히 영향을 주는 경제 전염(economic contagion)을 조심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카시카리, 2008년에도 극복했다고 생각할 때 문제 생겨”…“콜린스, 인플레 너무 높아 추가 인상 뒤 연말까지 유지”


찰스 슈왑에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모건스탠리가 이날 찰스 슈왑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동일비중(equal weight)’으로 내렸는데요. 마이클 사이프리스 애널리스트는 “고객자금이 스윕(sweep) 계좌에서 머니마켓펀드(MMF)로 월 환산 기준 200억 달러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우리 예상의 두 배”라며 “슈왑이 다른 유동성 공급원을 갖고 있지만 수익은 생각보다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주가는 이날 4.96% 급락했습니다.

정리하면, 은행 위기와 관련해서는 △겉으로는 진정돼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과 수익 감소 우려가 크며 △후폭풍이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경제 전염 가능성이 남아있다 등인데요.

실제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은행 스트레스가 지속적인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을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그 결과는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 패닉과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2008년에는 수년이 걸렸다. 물론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며 “2008년 우리가 항상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또다른 문제가 터져나왔다. 그래서 나는 예상보다 위기 극복에 시간이 좀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은행 상황이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 투자, 지출, 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수요와 인플레이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많은 의문이 있다”고 했죠.



미국의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했으나 여전히 20만 건을 밑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플레이션 억제 임무를 버려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카시카리 총재는 “경제의 서비스 부문은 아직 둔화하지 않았고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 타깃(2%)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더 많다는 뜻”이라고 전했는데요. 바킨도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했죠.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이날 NABE 연례 총회에 참석한 그는 "최근 혼란으로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대출기준을 강화해 경기를 둔화시키고 인플레 압력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금리인상 필요성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에 매우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적절한 관심이 필요하며 연준은 계속해서 그것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콜린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too high). 연준은 금리를 올림으로써 노동시장을 냉각시키고 수요와 공급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맞추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추가 긴축 의지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그는 “은행 시스템은 강하고 탄력적이며 연준은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연준의 3월 경제전망이 합리적이라고 보며 점도표 상 예측과 유사하게 약간의 추가적인 긴축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것이 연말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는데요.

3월 점도표상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5.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콜린스는 한 번 정도 더 금리를 올린 뒤 연말까지 유지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겁니다. 특히 이날 콜린스는 금리를 올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노동시장 둔화라고 꼭 짚어 얘기했는데요. 이는 충분한 노동 둔화 없이는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이클 버리, 매도 발언 잘못됐다 저가매수 축하”…“시장, 지역은행 불길 없으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에 집중”


이날 나온 고용지표는 콜린스의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요. 지난 주(3.19~3.25)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만8000건으로 블룸버그 집계치 중앙값 19만6000건을 웃돌았습니다. 전주보다 7000건 증가했는데요. 예상을 약간 웃돌긴 했지만 여전히 20만 건을 밑돕니다. 그만큼 노동시장이 견고함을 보여주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평균이 22만 건인데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8만9000건으로 월가 전망치(170만 건)를 하회했습니다.

시장은 콜린스의 발언과 견고한 노동시장에도 금리인하 예측을 꺾지 않고 있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52분 현재 5월 기준금리가 5.00~5.25%로 0.25%p 높아진다는 확률(51.1%)이 동결을 제치고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연말 금리 예상치는 4.25~4.50%(33.2%)가 가장 많습니다. 이는 연내 최소 0.75%p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인데요.

인플레이션 걱정도 조금 늘었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2.6%로 잠정치(2.7%)보다 낮았는데,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4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4.3%에서 4.4%로 높아졌는데요.

자신의 매도 권유가 잘못됐다는 트윗을 올린 마이클 버리.


사실 지금의 증시에는 은행과 긴축 리스크가 같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듯 은행 리스크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는 건데요. 짐 배어드 플란트 모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지난 1년 간 해온 긴축에 따른 효과는 아직 경제에 완전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경기침체 위험을 여전히 주시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날 공매도의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버리가 자신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팔라(Sell)고 했던 건 내가 틀렸다”며 “1920년대 이래로 당신들처럼 대단한 저가매수(BTFD) 세대는 없었다. 축하한다”고 적었습니다.

버리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인 1월31일(현지 시간), ‘셀(Sell)'이라는 단어 하나를 올렸는데요. 하지만 이후 주가가 꾸물꾸물 계속 올랐던 것이죠. 마이클 오루어크 존스트레이딩 최고 시장 전략가는 “시장은 멀리서 지역은행들일 계속 주시할 것인데 불길이 치솟지 않는 한 평소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는 월가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에 집중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하루이틀 사이는 더 그럴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나 비관적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히야크샤는 “시장은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을 빨리 낮추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게 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어닝 전망치는 급락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이것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며 채권과 주식가격은 여전히 비싸보인다”고 지적했는데요.

추가로 UBS는 “연준이 긴축 사이클 끝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시장은 연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우리는 달러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호주 달러와 금, 신흥국 투자를 권했습니다.

WSJ은 지난해 2월 대비 올 3월15일 현재 상위 25대 대형 은행은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채권 보유규모를 4070억 달러 줄였지만 소형 은행들은 590억 달러어치를 추가로 얹었다고 했는데요. 리스크 관리 능력의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카시카리의 말처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요. 내일 있을 2월 PCE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서경 마켓 시그널 유튜브 방송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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