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채무 문제를 놓고 최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한 개도국 부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은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부당한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를 비난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대신 개도국을 돕기 위해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항상 국제 규칙에 기반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투자·금융 협력을 수행해 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도 중국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전례 없는 금리 인상으로 세계 부채 문제가 악화됐다”며 미국 책임론을 이어갔다.
이날 중국 측의 반발은 전날 재닛 옐런(사진)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과 개도국 간의 채무 관계를 재차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옐런 장관은 29일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개도국의 대출 문제와 국제기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사안에 있어 다른 국가들이 채무의 덫에 걸려들고 있고 경제발전 촉진을 막는 방식으로 관여하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개도국 채무와 관련해 중국을 걸고 넘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견제를 위해 본격적인 외교 공세에 나서며 중국과의 차관 협약의 부작용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앞서 1월 잠비아 등 아프리카 순방 당시에도 중국이 아프리카 빈국 채무 개혁의 ‘장벽’이라고 말했다. 이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보아오포럼에서 “취약국들의 채무 조정을 위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절차가 시급하다”며 중국이 개도국 및 최빈국의 부채 탕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중국은 몇 년 간 영향력 확장을 노리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에 고금리로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다가 최근 달러 강세로 이들의 외채 부담이 급증하며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잠비아, 가나, 스리랑카 등이 중국과 채무 재조정을 협상 중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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