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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 방벽'에 맥스터 옆 방사선량 '0'…"비행기 충돌도 버텨"

■'안전성 논란' 월성원전 가보니

동굴처분시설에 중저준위 방폐물

원전내부에는 사용후핵연료 보관

다중차폐방식으로 안전성 우려 불식

맥스터 증설했지만 14년후 또 포화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확보 시급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맥스터. 사진 제공=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월성 원자력발전소. ‘나라의 큰아이가 태어난 곳’이라는 지명답게 국내 유일의 중수로 원전 월성 1·2·3·4호기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임시 보관하는 저장시설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김한성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의 환영사가 끝난 찰나 뒤로 보이는 삼엄한 경비 인력과 철저한 보안 절차에 주눅이 들었다. 이곳이 주요 국가보안시설(가급)임이 실감이 났다.

노란색 방호 가운과 장갑·안전모를 착용하고 가슴팍 왼쪽 주머니에 실시간 방사선 측정기기인 열형광선랑계(TLD)와 자동선량계(ADR)를 넣고 나서야 겨우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통제구역 내에서 이날 틈틈이 육안으로 확인한 선량계는 계속해 ‘제로(0)’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로 가득 차 있는 캐니스터(사일로) 바로 곁에 서봤지만 경보음은 일절 울리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마 오늘 견학이 끝날 때까지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찬동 월성2발전소 연료부장의 말대로였다.

산업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수력원자력


이날 함께 방문한 양북면 봉길리 원자력환경관리센터의 동굴처분시설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과장돼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동굴처분시설은 전국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모여 잠드는 곳이다. 주로 원전 내부에서 작업하는 직원들이 사용한 작업복·실험도구·보관용기 등을 드럼통에 격리 보관한다.

월성본부는 습식과 건식, 두 가지 저장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국내에 하나뿐인 원전이다. 습식 저장은 원자로에서 방출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부 수조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물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의 붕괴열을 냉각하고 방사선을 차폐한다. 6년 이상 수조에서 열을 식힌 사용후핵연료는 건식 저장시설로 옮겨진다.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의 동굴처분시설 내부. 사진 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월성본부에는 높이 6.5m·외경 3.1m의 수직 원통형인 캐니스터 300기와 길이 21.9m·폭 12.9m·높이 7.6m의 직육면체 컨테이너 박스형인 맥스터 14모듈을 갖추고 있다. 캐니스터는 1기당 540다발을, 맥스터는 1모듈당 2만 4000다발을 수용할 수 있다. 캐니스터에 비해 맥스터는 수용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캐니스터가 단독주택이라면 맥스터는 아파트에 빗댈 수 있다. 1모듈당 40개 강철원통이 들어 있는 구조 덕분에 건폐율을 높일 수 있었다. 멀찍이인데도 최근 증설된 7개 모듈은 새하얬고 나머지 7개 모듈은 색이 바래 있었다.

특히 맥스터는 내부 1㎝ 두께의 금속 실린더와 외부 1m 두께의 콘크리트 벽체로 겹겹이 보호해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9·11 테러와 같은 항공기 충돌 시에도 버틸 수 있는 물리적 보안을 위해서다. 전 부장은 “건식 저장시설에 비행기가 와서 충돌하면 비행기는 완전히 파손되지만 시설은 (외부 일부분에) 약간의 손상만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맥스터는 사용후핵연료를 연료펠릿·피복재·바스켓·저장실린더 등 4개의 방벽으로 둘러싸 밀봉 상태에서 보관한다. 자연 바람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할 수 있도록 설계돼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설비 고장 우려도 덜어냈다.

맥스터는 원전과 동일한 수준의 내진설계(내진성능 0.3g)를 통해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 다중 차폐 방식을 적용해 주변 지역 방사선량은 시간당 0.097μSv로 자연 방사선에 노출된 지역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 월성본부는 건식 저장시설을 1992년 이래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의 표층처분시설. 사진 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문제는 이런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1~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수원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에 따르면 원전 본부별 예상 포화 시점은 한빛원전이 2030년으로 가장 빠르다. 이어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순이다. 그 전에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멀쩡한 원전이 가동 중단될 수밖에 없다. 임시 저장시설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임시 저장시설이 자칫 영구화할 수 있다는 지역 주민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용후핵연료를 보다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고준위 저장시설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원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세 개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돼 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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