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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女 출전 금지는 연방법 위반” 논란 휩싸인 美

트랜스젠더 여성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여성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최근 미국에서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초의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개인의 성 정체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고등학교·대학교 등 '엘리트 선수 단계'에서는 학교의 판단에 따라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팀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파장이 예상된다.

美 정부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면적인 ‘여성 스포츠 참여 금지’는 연방법 위반”


미 교육부는 6일(현지시간) 교육 성차별을 금지한 연방법 '타이틀 Ⅸ'에 대한 새 규칙을 공표했다. 이 규칙에서 교육부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이 학생들이 그들의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스포츠 팀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타이틀 Ⅸ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하려 할 경우 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1972년 도입된 타이틀 Ⅸ는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는 교육기관의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 다수인 고교·대학교에서는 학교가 참여 여부 결정 가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교육부가 "학년 및 교육 수준, 경쟁의 정도, 스포츠의 종류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 트랜스젠더 학생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명시한 대목이다. 사실상 각 학교에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팀 참여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한 셈이다.

교육부는 "고등학교와 대학 수준의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일부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기준이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 "어린 학생들을 위한 팀은 팀워크, 체력, 기본적인 기술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대학 팀은 주로 경쟁에서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리아 토마스의 여자 수영 경기 출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3월 18일(현지시간) 열린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주관 수영대회에서 '여자로서 경쟁하는 남성을 거부한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랜스젠더의 여성 경기 참여, 공정한가…20개주에서 여성 경기 참여 금지


최근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성 스포츠 경기에 나가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랜스젠더 수영선수 리아 토마스(22)가 남성 선수일 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성전환 후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주관 대회에서 잇따라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무시한 불공정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국제수영연맹(FINA)은 지난해 6월 12세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한 경우에만 여성부 경기 출전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춘기 이후 성전환을 하면 신체적 능력에서 비교우위가 생긴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고려했다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미국 20개 주에서 비슷한 이유로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대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단체 “환영하지만 차별 우려돼”…보수주의자 “여성 권리 약화”


정부의 새 규칙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지하는 스콧 스키너 톰슨 콜로라도대 부교수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경기 참여에 대한 전면 금지가 타이틀 Ⅸ 위반임을 명확히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차별을 허용하는 일부 조항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트랜스젠더의 여성 경기 참여 금지 조치를 사실상 무효화하자는 제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30일 동안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규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규칙 위반이 확인될 시 연방 자금 지원이 보류되는 등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한편 이날 미국 대법원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여성 청소년 스포츠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한 웨스트버지니아주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트랜스젠더 소녀인 베키 페퍼-잭슨(12)은 '생물학적 성별'로만 공립학교 스포츠팀을 구성하는 주법이 평등한 보호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14조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항소법원이 법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정지 명령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여성 스포츠팀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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