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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홀에 폭탄" 아수라장 된 결혼식…신부 "평생 술안주"

광명역에 웨딩홀에 폭탄 테러 협박 전화를 받고 대합실로 대피한 신부와 신랑의 모습. 결혼식 당사자였던 신부가 공개한 당시 모습. 네이버 카페 갈무리




지난달 25일 경기 광명시의 한 웨딩홀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 수백 명의 하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진 가운데 해당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던 신부가 생생한 후기를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신부는 “평생의 술안주로 즐기기로 했다”고 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긍정적인 만큼 앞으로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응원했다.

지난달 29일 회원 수 80만 명의 결혼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폭탄테러 협박을 받은 광명역사 웨딩홀 예식 당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신부 A씨는 “친구들이 웨딩홀 폭탄테러가 소셜미디어에서 이슈가 됐다고 하기도 하고, 다들 같이 화내거나 궁금해하셔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예식 진행 예정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신부대기실로 이동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었다. 그 때 갑자기 경찰과 소방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A씨는 “처음에는 ‘연회장 식당 쪽에 작게 불이 났다’고 전달받았다”며 “하객분들 식사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됐지만, 금방 마무리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숫자는 계속 늘어났고 특공대까지 도착했다고 했다.

A씨는 “예식장 복도에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그제야 폭탄테러 협박 전화가 왔고, 웨딩홀이 통제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하객들과 웨딩홀에 있던 분들은 역 대합실로 가야 했다”며 “저는 드레스 입고 올라갔다. 모든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고 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광명역 대합실 의자에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신부의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이 아수라장 속에서 웨딩홀 관계자로부터 ‘폭탄테러 조사가 끝난 후에야 식을 진행할 수 있으며 4시 이후로 예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부모님 측 지방 손님이 많아 버스 대절과 KTX 예매를 해놓았기에, 4시 넘어서까지 하객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너무 속상했지만 해결 방법이 없으니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대합실에 와주신 손님들과 신부대기실처럼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손님들은 “너희 얼마나 잘 살려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위로해줬고, A씨는 “그 말에 울컥하는 마음도 쏙 들어갔다”고 했다.

A씨는 “대합실에 앉아있으면 뭐 하겠나, 나가서 사진이나 찍자면서 스냅 작가님이 기차 플랫폼으로 가서 정말 예쁜 사진을 남겨주셨다”고 했다. 생각보다 조사가 일찍 끝나서 3시 20분쯤 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A씨는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 결혼식이었지만 이제 다 지난 일이고, 모두의 기억에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이 됐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은 뒤로하려고 한다. ‘행복폭탄’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의 술안주로 즐기기로 했다”고 했다.

A씨의 글에는 4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마음고생 했을 텐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것 보니 멋지신 분 같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결혼식인 만큼 눈물 나게 행복하실 거다” “틀에 박힌 사진보다 훨씬 기억에 남고 예쁘다”며 응원했다.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낮 12시쯤 광명역 지하에 위치한 웨딩홀에 불상의 남성으로부터 “웨딩홀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과 기동대를 투입해 2시간가량 웨딩홀 안팎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거짓 협박 전화 용의자를 50대로 특정해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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