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0원 와인, 9980원 케이크, 9900원 치킨….
유통업체들이 ‘1만 원’ 이하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자 와인, 케이크, 치킨부터 족발, 보쌈, 삼겹살 등에 이르기까지 1만 원으로는 구매가 쉽지 않았던 상품들을 1만 원 대 이하로 개발·출시하고 있다. 마진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매장 방문과 다른 제품 추가 구매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24의 대표적인 가성비 와인 ‘꼬모(COMO)'는 연초 이후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와인 매출 증가율이 10%대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인 1만원 미만 가격의 와인이 ‘런치플레이션’ 현상과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편의점 측은 이탈리아, 독일, 칠레 등지에서 생산하는 레드·화이트·스파클링 와인 외에도 스페인의 샹그리아 와인까지 꼬모 제품군으로 추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에 유통업계에서는 ‘초저가 먹거리’ 경쟁이 본격화됐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6월 출시한 한 마리 6990원의 ‘당당치킨’은 초저가 먹거리 출시에 불을 지폈다. 대형마트들은 치킨에 이어 탕수육, 피자 등 먹거리를 자체제작상품(PB)으로 출시하며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고, 컬리 역시 ‘두 마리 99치킨’을 내놓았다. 올 들어서도 ‘만원의 행복’을 콘셉트로 잡은 유통업계의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외식 물가가 연일 상승하자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전국의 외식 물가 지수는 116.3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7.4% 증가했다.
9980원짜리 홀케이크도 등장했다. 신세계푸드(031440)가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제품으로 내놓은 케이크는 딸기 크런치와 초코 크런치 맛 등 2종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동일 크기(지름 14㎝) 상품 대비 50% 저렴하다. 원재료 상승으로 베이커리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004170)푸드의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는 가성비로 입소문을 탔다. 앞서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보인 9980원 케이크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만 개를 넘어섰고, 빵 8개가 들어있는 크루아상 한 세트를 5980원에 판매한 결과 두 달 만에 10만세트가 팔렸다.
세븐일레븐도 국민들의 대표 먹거리인 ‘굿민한입삼겹살’과 ‘굿민대패삼겹살’을 9900원에 선보였다. 이 상품은 성인 남성 기준 2인 식사에 적합한 양(500g)으로 지난달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가 늘었다. 이 외에도 GS25는 ‘우리동네 족발&순살사태’, ‘심플리쿡 반반족발보쌈수육’ 등을 9900원에 판매 중이고, 롯데마트는 이달 창립 기념행사를 맞아 초밥 16종(9990원) 행사를 기획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와인, 케이크 등 기존 고가 상품 중에서 만원 아래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계속 찾고 개발하고 있다"며 “다른 상품까지 구매가 이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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