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7월 이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면서 설계·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 방식을 도입한다. 그동안 시공사 입찰 시 사업시행 인가상 설계도를 토대로 시공자가 내역별 단가를 적어 내도록 했는데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 이후로 당겨지며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는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일괄 입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공사비 증액을 비교 검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제도개선특별팀(T/F)’은 조합 주도 정비사업에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 방식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내역입찰제를 사실상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턴키 방식을 도입하면 사업승인 인가 전으로 시공자 선정 시기가 당겨지더라도 일괄 입찰한 설계도를 토대로 조합이 예정 공사비를 산출하고 시공자가 각 물량 내역별 단가를 기재해 입찰하는 내역입찰제가 가능해진다.
시는 2010년 7월 조합 주도 정비사업에 ‘공공지원제도’를 도입하며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 계획 인가 이후로 미루고 사업시행 인가에 따른 설계도를 토대로 시공자가 내역 입찰하도록 해왔다. 구체적인 설계도와 내역서가 없는 상태에서 시공자를 먼저 선정할 경우 불필요한 설계가 추가되고 추후 공사비 증액을 비교할 근거가 부족해 조합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례로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2010년 5월 시공단 선정 공고를 내며 내역입찰제를 피했고 공사비 갈등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시공단 측은 내역입찰제를 통하지 않았던 만큼 공사비 내역서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문제는 올 초 조례 개정으로 시공자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 이후로 다시 당겨지며 설계도상 내역 입찰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시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턴키 방식을 추가하도록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사전에 기본적인 설계 도면과 단가 내역서를 마련해 입찰할 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설계 변경 등의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정비사업 속도 또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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