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8형’을 발사한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17일(현지 시간) 열렸지만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북한의 거듭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ICBM 발사는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안보리 회원국의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가 이번에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불법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도발 원인으로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지적하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 반대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이 한반도 인근에서 핵 항모와 B-52 폭격기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한 것이 북한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미국이 외교정책을 뒤집은 것이 한반도 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대북 추가 제재를 겨냥해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면서 북한 내부의 절박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핵 보유와 관련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핵국가인 동시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5개국이 더욱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PT 체제상 핵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까지 5개국이지만 사실상 대북 추가 제재를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황 대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안보리 제재 이행 약화 및 안보리 기능 마비를 이용해 자신의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재원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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