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는 건지 택견을 하는 건지 모르시겠지만 축구 하는 거 맞고요.” 속사포처럼 빠른 말 속도로, ‘열정리스’한 웃음을 선보이는 영화 속 다큐멘터리 PD ‘이소민’은 분명히 우리가 아는 아이유와는 다르다.
지난 20일 영화 ‘드림’ 홍보차 기자들과 만난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소민’을 연기하면서 “감독님이 제게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가 된 것 같다”면서 “현장이 빠르게 진행됐는데 분위기가 좋고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좌충우돌 노숙자 선수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기를 다룬 영화 드림은 아이유가 처음 선택한 장편 영화다. 아이유는 드림의 시나리오를 4년 전 처음으로 받았다고 한다. 드라마 ‘프로듀사’·‘나의 아저씨’·‘호텔 델루나’ 등에서 사연이 많은 캐릭터를 연이어서 맡은 후여서 밝은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유는 “당시 밝고 사연 없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강하게 있었다”면서 “소민의 캐릭터가 시나리오 속에 잘 담겨 있었고 영화의 주제 의식도 좋았다. 또 여러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멀티캐스팅이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 마지막 장에 있던 실제 홈리스 월드컵 사진을 보고서는 울림을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소민’은 다큐멘터리 PD라는 직업에 걸맞게 가벼운 차림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아이유는 소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그간 출연했던 예능 속 PD의 모습을 참고했다. 땀을 많이 흘릴 것 같아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소민이지만 초반에는 거짓 웃음을 지으며 열정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유는 “저는 소민이 아주 열정적인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세상에 외면받았던 기억으로 후천적으로 시니컬해졌지만 선수단을 만나면서 열정이 되살아난 캐릭터”라면서 “마음 속의 불꽃이 있다는 점에서 소민에게 공감대를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유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또다시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소민을 연기한 후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드림을 촬영하면서 느꼈던 많은 분들의 열정과 진심이 영화 속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에게 뒤처진다는 고민을 가지신 분들이 영화를 보고 ‘괜찮다’는 기분을 느끼면 가장 큰 보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