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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농업인 고령화 악순환 끊어내려면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노령 종사자 자연스레 쌀 경작 집중

가격 경직· 청년 막아 세대전환 지체

인력 교체는 '쌀 수급' 풀 근본 과제

직불 확대, 농업경영 이양 도움될 것





와인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자부심은 유별나다. 포도 생산에서 와인 양조와 소비에 이르기까지 역사·전통·문화·관광 등이 어우러진 이른바 ‘6차 산업’의 본보기로 내세운다. 와인의 세계 표준을 이끈다는 자긍심도 더해진다. 그런 와인이 최근 공급 과잉의 수렁에 빠져 프랑스 포도 업계와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프랑스인들의 한 해 와인 평균 소비량은 40ℓ 수준이다. 이는 70년 전 소비량(130ℓ)의 3분의 1을 밑돈다. 젊은 세대가 와인 이외의 음료를 즐기면서 소비자 선택에서 밀린 결과다. 업계와 정부는 긴급 대책으로 올해 1억 6000만 유로(약 2200억 원)를 투입해 재고 와인을 약품·화장품 등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용도 개발과 작목 전환, 포도밭 폐원 등을 시도할 계획이다. 프랑스 와인의 상황을 보면 한국의 쌀이 생각난다.

우리 정부도 최근 민당정 간 논의를 거쳐 쌀 수급안정대책을 포함한 중장기 농정 계획을 제시했다. 직접지불금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5조 원까지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직접지불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권장하는 농업 정책의 국제표준 방향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우선 직접지불을 통해 쌀 대체용 전략 품목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논콩·가루쌀·조사료 등을 전략 품목으로 제시하고 이들의 논 재배 확대를 통해 쌀 생산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관심이 가는 대목은 직접지불로 고령 농업인의 경영 이양을 촉진해 농업 인력의 안정적 세대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은퇴를 희망하는 고령 농가의 농지를 새롭게 농업에 진입하려는 청년에게 이양하는 방식으로 3만 청년 농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적절한 농업인력 세대교체는 한국 농업의 근본 과제며 쌀 수급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농업인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다. 특히 은퇴도 쉽지 않아 이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인구 5000만 명인 한국의 농업인 규모가 합산 인구 2억 명을 훌쩍 넘는 영국·프랑스·독일의 농업인을 모두 합친 수준과 비슷하다. 나이 들고 은퇴도 어려운 한국 농업인은 자연스럽게 쌀 생산에 집중한다. 쌀은 거의 100% 기계 경영이 가능하고 항상 정책 대상의 중심 품목이 된다는 점에서 고령 농업인의 쌀 생산 집중은 지극히 당연하다.

고령 농업인의 장기 농업 종사는 토지·시설 등 농업 자원·자산의 장기 보유로 이어져 유동성 부족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동성 부족은 가격 경직을 낳고 새로운 청년 농업인의 진입장벽을 만든다. 결국 농업인의 고령화, 쌀 농업 집중, 가격 경직화, 농업인 세대 전환 지체의 악순환이 이뤄진다.

이때 경영 이양 직접지불을 확충해 고령 농업인의 은퇴와 농업 자원·자산의 순조로운 이양을 유도한다면 굳어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시행 중인 ‘농지은행’ 제도의 활성화도 기대해본다.

오랫동안 굳어진 악순환을 단번에 끊을 기적의 묘안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의 지속 추진이다. 이번 쌀 수급안정 대책과 중장기 농정 계획을 꾸준히 시행해 농업을 옭아매고 있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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