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더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인터넷 뱅킹이 잘 발달해 있는 만큼 모바일 뱅크런이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 이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불안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준철 한은 결제정책부장은 27일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해 “SVB 관련해 예금이 급격히 인출될 수 있는 사태가 있어 은행 간 자금 이체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구축했고 주말이나 야간에 대규모 자금 이체가 이뤄질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도 “은행끼리 주고받는 자금 순이체한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70%가 넘으면 경고를 하고 이체 한도를 늘리게 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SVB 사태 이후 자금 인출이 문제된 적 없고 이날도 안정적인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연차액결제(DNS) 방식으로 처리되는 신속자금이체도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으로 바꿔 신용 리스크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융소비자 간 자금 이체는 실시간으로 처리되지만 금융기관 간 최종결제는 다음 영업일 11시에 이뤄진다. 금융기관이 먼저 자금을 지급하고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나중에 받기 때문에 일정 기간 신용 리스크를 안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담보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은 70%로 담보 납입 규모는 57조 6000억 원인데 2025년 8월 이후 100%로 인상되면 82조 3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RTGS 방식은 고객 간 자금 이체와 동시에 한은 결제망 참가기관끼리 최종결제까지 완결하기 때문에 신용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게 된다. RTGS 방식의 신속자금이체시스템 글로벌 도입이 확산하면서 미국과 유로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간 연계 논의도 RTGS 방식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2028년까지 RTGS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RTGS가 도입되면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적의 시스템 설계 방안과 시스템 도입 시점을 포함한 RTGS 방식의 신속자금이체시스템 구축 종합 계획을 올해 안에 수립할 예정”이라며 “국제 사회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신속자금이체시스템의 국가 간 연계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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