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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인구충격, 한국형 발전모델 기회로…수출·제조→내수·서비스 대전환을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인구 급감 현실과 대응 과제

고령화에 독박육아등 한국 특성 겹쳐

합계출산율 0.78명…대책 '백약이 무효'

선진국 선행사례 없어 자구책 찾아야

복지 중심에서 성장기회 제공으로 변환

자원투입·시장확대 이끌 기업 등판도 필수

인구급변이 앞당길 미래 시장 변화에

서비스업·내수로 무게중심 이동 필요

'제조+서비스'로 고객감소 딜레마 해결

위기 기회로 바꾸는 '혁신 실험'요구돼





변화는 당연하나 급변은 이상하다. 적시 대응 없이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정확히 이렇다.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속도·범위·깊이를 지닌 인구 급변이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상 국가에서는 희귀한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을 최초로 찍은 2018년(0.98명)만 해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다. 5년 연속 세계신기록 자체 경신에 더해 0.78명(2022년)까지 내려앉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빨리빨리’ 문화가 내재화된 역동적 사회다운 행보다. 인구 변화의 최전선에 내몰린 한국 사회를 주요 외신마저 염려해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외신의 눈은 시행착오·반면교사로 수렴된다.

인구 급변의 원인은 일반론과 특수론으로 요약된다. 전자는 저출산·고령화라는 보편적 배경인 반면 후자는 한국 사회만의 특이 상황을 뜻한다. 분해하면 둘이 뒤엉켜 최초·최저의 충격적인 인구통계를 낳았다. 대응 시점마저 놓치자 급락한 출산율은 인구학의 추계 범위마저 이탈하며 독특한 가속도를 완성했다.

인구 급변의 지표는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전체 인구)의 상승이다. 고령화율의 상승을 이끄는 것은 분모 감소다. 분모가 줄면 분자가 그대로여도 비율은 올라간다. 저출산이 고령화로 이어지는 연결 효과다. 분모는 감소를 넘어 급감(초저출산)하고 분자 급증(베이비부머 대량 은퇴)까지 더해지니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주저앉은 것은 당연하다. 이때 출산 급감은 저성장과 맞물린 후속 세대의 합리적 선택 결과다. 한정 자원을 놓고 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고비용이 들어가는 출산을 택하기는 어렵다. 주요 국가가 저성장 후 인구유지선(합계출산율 2.1명)을 깬 것도 같은 이유다.

특수론은 출산을 포기하는 한국만의 원인변수다. 수도 중심 자원 집중, 학력 중심 성공 모델, 고비용형 가족 결성, 성차별적 독박 육아 등이 있다. 저성장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한국적인 특수 허들까지 더해지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을 생각하기는 힘들다.

맞물린 대책은 많다.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사실 검증은 둘째치고 ‘15년간 380조 원 투입’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증거다. 성과는 기대 이하다. 시대 변화를 외면한 고루한 원인 분석과 익숙한 단편 대응에 함몰된 결과다. 멈춰선 사수가 변하는 과녁을 못 맞히듯 고정관념에 묻혀 행정 편의, 복지부동의 표지갈이 정책 세트만 내놓은 탓이다.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 반복될수록 달라진 MZ 세대의 궤도 이탈은 확대된다.

인구 대응만큼 고비용·저효율인 정책 과제도 별로 없다. 인구 충격의 현실 체감에 시간 차가 있듯 예산 투입 이후 성과를 얻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세대 정책이라는 말처럼 장기 실행 과제여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도 성과는 한참 후에나 확인된다. 정책 실행의 유인·동기가 낮다는 뜻이다. 곧바로 생색이 나는 인기 정책이 아닌 데다 고통 분담마저 전제돼 있어 인구 대응이 먹힐 리가 없다. 새 정부가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을 국가 의제로 띄우며 대통령이 회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까지 주재하는 게 반갑고 희망적인 이유다. 최상단 리더십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물론 뾰족한 수는 없다. 이미 늦어 상황 반전보다는 완화를 기대할 뿐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위기일수록 기회라는 말은 진리다. 인류 역사는 갈등 중 진화라는 문제해결의 중첩 경로를 거쳐왔다. 세계가 걱정하는 한국형 인구 변화도 자력갱생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선진국형 성장 도약·지속 가능 자본주의를 ‘한국형’ 수식어로 완성시킬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따라할 만한 선행 사례는 없다. 일반·특수론이 뒤섞인 인구 난제는 마땅한 이론적 기반이나 추종할 샘플조차 없어 스스로 실험하고 극복할 수밖에 없다. 잘만 완성되면 우리가 다른 선진국의 선행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상황은 무르익었다. 얼마 남지 않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동시다발의 구조 개혁에 나설 때다. 정권 교체와 무관한 장기 비전, 시대 변화에 조응한 인식 전환, 부처 초월의 달라진 실효 정책 등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동시다발로 종합적 실행에 나서야 한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건강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 위주에서 탈피하고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산업구조 재편과 성장을 이끌기 위한 규제 완화 및 혁신 유도가 있어야 한다. 후속 세대가 미래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작업도 필수다. 부모 찬스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차별·경직적인 자원 배분을 수정해야 한다. 요컨대 서울·서열·기득·정치·자본의 인구 오적(五賊)을 제거하는 전환 작업을 해야 한다.



인구 대응은 못 할 이유도, 안 할 이유도 없는 회피 불능의 시대적 화두다. 시간은 흐르는데 담론만 펼쳐서는 곤란하다. 서둘러 위험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최대로 낼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고 게임의 원칙부터 바꿔주는 게 바람직하다. 독박 육아는 기본 전제를 육아 휴직에서 육아 근무로 전환해야 한다. 도농 격차를 불러온 ‘한양인재론’도 자치 분권, 순환 경제와 발맞춘 ‘굽은나무론’으로 대체하면 좋다. MZ 세대에게 불편한 연공급도 성과급으로 수정해야 한다. 인구 대책을 복지 대응 위주에서 성장 기회 제공으로 바꾸고 역할의 주체도 정부 독점에서 기업 보완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인구 오너스(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성장 둔화)에서 탈피해 인재 보너스(성장가능인구 증가로 경제성장)를 실현할 수 있다. 일본(소사이어티 5.0)과 독일(인더스트리 4.0)의 장기 전략이 새로운 인재 가치와 달라진 혁신 기회로 통하는 것은 우연보다 필연에 가깝다.

정부만이 인구 대응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고용·주거부터 인프라·서비스까지 녹아든 복합 과제여서 정부 혼자 풀기가 어렵다. 이때 능력자의 발탁은 자연스럽다. 저성장을 혁신적인 시장 확대로 풀어낼 기업 등판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은 재정을 유지하고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답게 사회 유지에 필요한 수많은 자원을 생산·연결하는 공급 엔진이다. 정부(공공)가 앞서고 기업(영리)이 보태면 인구문제는 한층 해결하기가 수월해진다. 기업은 실효적인 인구 해법을 위한 자원 투입, 가치 창출을 자사 정책으로 제도화할 때다. 달라진 대응 전략은 새로운 가치 창출로 통한다. 인구 혁신은 기업과 시장에 다목적 기회를 제공한다. 인구 변화가 주는 성장 기회를 노리는 게 좋다.

미래 시장은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인구 급변은 시장의 변화를 한층 앞당긴다. 산업·기업 대응도 멈추면 도태되나 변하면 성장한다. 주요 흐름은 제조에서 서비스로의 비중 변화다. 수출 의존에서 내수 강화로의 무게 이동을 통한 혁신 성장이 전제된다.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겪으며 성장 전략을 수정한 선진국도 서비스업이 70%(부가가치)를 웃돈다. 한국도 내수·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대표 산업은 의료·간병·복지 파트다.

채택 전략은 본업의 경쟁력과 외부 파트너의 시너지를 뜻하는 ‘제조+서비스’의 합종연횡이다. 아마존·쿠팡·카카오처럼 데이터 확보 노력(적자 감내)을 통해 축소 고객(인구 감소)의 전체 편익(평생 수요)에 주목한 접근법이 그렇다. 당장 손해라도 확장 기회는 많아서다. 이처럼 양적인 고객 감소의 딜레마를 질적인 수요 발굴의 시너지로 커버하는 혁신 전략은 불확실성 속에서 상용화에 진입했다. 모든 기업에 미래는 있다. 필요한 것은 핵심 사업의 주변 지점이 던져준 기회 포착이다. 보물을 찾아내 구슬로 꿰는 달라진 혁신 실험 중에 인구 위기는 매력적인 성장 기회로 진화한다.

전영수 교수는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주임교수와 국제학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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