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푸이가 생전 착용했던 손목시계가 예상가의 두 배인 81억 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AFP 통신 등 외신은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의 명품 손목시계가 이날 홍콩 필립스 아시아 지부 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620만달러(81억 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 시계의 이름은 ‘파텍필립 레퍼런스 96 콴티엠 룬’이다. 185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파텍필립은 최고급 시계를 극히 소량 제작한다.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과 더불어 ‘세계 3대 명품 시계 제조사’로 꼽힌다.
외신은 이 시계가 300만 달러(약 40억 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5분 간의 뜨거운 입찰 경쟁 끝에 510만 달러(약 67억 원)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더해 최종 가격은 620만 달러로, 예상가의 두 배를 넘는 액수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립스 측은 해당 시계의 출처를 확인하고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전문가, 역사가, 언론인, 과학자와 함께 3년 간 작업했다. 필립스 아시아의 토마스 페라치 시계 부문 대표는 “한때 황제가 소유했던 손목시계 중 최고의 결과(가격)”라고 전했다.
푸이는 1987년 오스카상 수상작 '마지막 황제(1988)'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1908년 3세의 나이로 청의 12대 황제에 즉위했으나, 4년 만인 1912년 신해혁명으로 폐위 당했다.
이후 1924년 베이징을 탈출해 일제와 동맹을 맺었고, 1934년 중국을 점령한 일제에 의해 만주국 황제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일제가 패망한 1945년 소련에 체포돼 포로 생활을 전전하다 전쟁범죄 재판을 받기 위해 1950년 중국으로 송환됐다.
그는 중국에서 약 10년 간 수감되었다가, 사면을 받은 뒤 남은 생을 베이징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 식물원에서 일하며 민간인으로 살았다.
경매에 나온 파텍필립 시계는 푸이 황제가 소련으로 끌려갈 때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이는 소련 수용소를 떠나면서 이 시계과 펜, 예술품 등을 당시 러시아 통역사인 게오르기 페르코프에게 맡겼고, 해당 통역사의 가족은 몇 년 후 푸이의 소장품을 익명의 유럽 수집가에게 팔았다.
20여 년 전 그 통역관을 인터뷰했던 러셀 워킹 기자는 “고령의 통역사가 서랍에서 시계를 꺼냈을 때 그 가치를 모르고 있더라”라고 AFP에 말했다.
한편 이날 경매에는 “나의 동지 페르미야코프에게 헌정하는”이라는 제목의 푸이의 시가 적힌 빨간색 종이 부채도 나왔다. 이 역시 예상가보다 6배 높은 7만7800달러(약 1억 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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