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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中 대사에 ‘외교 훈시’ 멍석 깔아주고 아무 반박도 않은 巨野 대표


거대 야당의 대표가 주한 중국대사관저를 찾아 중국 대사가 한국 정부를 겨냥해 망언에 가까운 외교적 훈시를 퍼붓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8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중시 외교를 협박조로 정면 비판한 것이다. 싱 대사는 15분 동안 원고를 꺼내 읽으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중국몽을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모든 게 탁상공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무역 적자에 대해서는 “탈중국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하게 존중하라”고도 했다.

싱 대사가 황당한 궤변을 폈는데도 이 대표는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고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에 가능하면 공동 대응책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대사의 위협 발언은 외교적 도발이나 다름없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도발적 언행이자 내정간섭”이라며 엄중 경고한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은 되레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싱 대사의 발언을 생중계까지 했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의 이 대표가 부처의 국장급인 대사를 예방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한 것도 부적절했다.

중국의 55개 원자력발전소에서 서해로 연간 내보내는 삼중수소의 총량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의 48배에 이른다. 그러나 싱 대사는 “일본이 태평양을 자기 집 하수도로 삼고 있다”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중국의 삼중수소 배출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일본 오염수에 대한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이러니 임기 내내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외교 전략을 답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외교안보 현안에서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주권과 영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대중 교역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한미 동맹 등 가치 연대를 강화하되 한국과 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교한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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