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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장 건설 규제 혁파하고 타이밍 맞춰야 전략산업 살아남는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과 관련해 공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반도체 산업 단지인 만큼 하루에 약 65만 톤의 물이 필요하지만 “팔당댐 취수는 어렵다”는 환경부의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하루 최대 7GW가 필요한 전력 확보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달 초 경기도와 삼성전자 등이 참석한 ‘경기도 반도체 지원 태스크포스’에서도 공업용수·전력 수급이 최대 현안으로 거론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하루 26만 5000톤의 용수 공급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착공을 1년 반가량 늦춰야 했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은 송전선을 연결하는 데 무려 5년을 허비했다. 삼성전자 용인 클러스터는 산업 단지 계획 승인과 토지 보상 등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도 2028년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업용수 및 전력 공급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은 기약 없이 늦춰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서는 정부가 가뭄으로 물이 동난 TSMC 반도체 공장 가동을 위해 농민들을 직접 설득해 농업용수를 공급할 정도로 전략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다룬다. TSMC 공장 건설 예정지에는 전력과 공업용수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발전소 설비를 늘리고 재생수 공장을 신설하는 등 기반 시설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공장 하나 짓는 데 경쟁국은 3년, 우리는 8년”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국내 상황과 대비된다. 범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지역 민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제동, 규제 등에 가로막혀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승부수는 속도전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첨단 산업 단지를 지으려 해도 행정 규제 사슬과 지역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경쟁국보다 3배 가까이 시간이 지체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메가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기존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히 깰 수 있도록 파격적인 행정력을 발휘하고 신속한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단거리경주같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민하게 문제를 해결해내는 ‘애자일(agile·민첩한) 정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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